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추상조각의 선구자인 문신탄생 100주년 전시회가 서울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의 조각, 회화, 드로잉, 판화, 아카이브 등 약 250여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오늘은 전시회 소식과 도슨트, 입장료 할인정보 공유합니다.
문신(文信) : 우주를 향하여 전시회
2022-09-01 ~ 2023-01-29 덕수궁 1,2,3,4 전시실
이번 조각가 문신 전시회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1 2 3 4관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먼저 덕수궁 입장권을 구입하고 덕수궁에 들어오셔서 쭉 직진~ 끝까지 걸어가시면 됩니다.
바로 여기가 오늘 소개하는 '문신 전시회 : 우주를 향하여'가 열리고 있는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모습입니다.
전시관 앞에는 이번 전시회의 타이틀이자 그의 대표작품인 '우주를 향하여'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문신 전시회 입장료 및 할인'
관람료는 2천 원 입니다. LGU+ 회원은 50% 할인, 아시아나클럽 골드는 무료, 실버는 20% 할인된 가격으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오랜만에 아시아나항공 앱을 열어보니 실버로 강등? 되어있네요. 20% 할인...
문신 전시회 도슨트
도슨트는 12시와 15시 2회 진행됩니다. 저는 시간을 맞춰가지 못해 좋은 기회를 놓쳤습니다만...
오디오가이드 무료, 이어폰 필수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 웹/모바일 사이트에서는 무료 오디오가이드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UI는 다소 불편하지만 내용은 상당히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어폰 꼭 가지고 가세요.
이번 조각가 문신 전시회는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1~4관에서 전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2층이 1, 2관 1층이 3, 4관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먼저 2층으로 올라가셔서 관람시작 하세요.
| 문신 : 우주를 향하여
문신(文信)은 1922년 일본 규슈(九州)의 탄광지대에서 한국인 이주노동자와 일본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다. 운명이든 우연이든 그의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다섯 살에 아버지의 고향 마산 땅을 밟은 그는 조모 슬하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열여섯의 나이에 회화를 공부하기 위해 다시 일본으로 떠났다. 해방과 함께 귀국한 그는 마산과 서울을 오가며 화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중 마흔 무렵 파리로 향했고, 프랑스에 둥지를 튼 지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이때 그는 화가가 아닌 ‘조각가 문신’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인생 대부분을 이방인으로 살았던 그의 삶은 그가 감수해야만 했던 불운이 아니라, 그로 하여금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 편협한 당파와 민족주의를 넘어 진정한 창작을 가능하게 만든 동력이었다. 이방인은 고향이나 정착지 어느 하나에 얽매이지 않고, 낯선 땅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하게 접촉하고 주변을 면밀히 탐색한다. 그 결과 민족적 경계 개념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혼종성을 지닌다. 문신이 초월한 경계는 비단 지리적, 민족적, 국가적 경계에 한정되지 않았다. 그는 회화에서 조각으로 영역을 이동했을 뿐만 아니라, 공예, 실내디자인, 건축에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기성의 장르 개념을 벗어났고 삶과 예술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또한 그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유기체적 추상과 기하학적 추상, 깎아 들어감(彫)과 붙여나감(塑), 형식과 내용, 원본과 복제, 물질과 정신 등 여러 이분법적 경계를 횡단했고 이들 대립항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찾아냈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신 조각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대칭’은 단순한 형태적, 구조적 좌우대칭을 뛰어넘는다.
잠재적인 유랑자였던 그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에서 여러모로 이질적인 존재다. 문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회고전은 그 예술의 다양한 지형을 탐색하고 이방인으로서 그가 지녔던 자유와 고독, 긴장, 다름이 동시대 우리에게 던지는 자극을 경험하는 장을 제공하고자 한다. 전시의 부제 ‘우주를 향하여’는 197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문신이 자신의 여러 조각 작품에 붙였던 제목을 인용했다. “인간은 현실에 살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우주)에 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던 작가에게 ‘우주’는 그가 평생 탐구했던 ‘생명의 근원’이자 미지의 세계, 그리고 모든 방향으로 열려있는 ‘고향’과도 같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주를 향하여’는 생명의 근원과 창조적 에너지에 대한 그의 갈망과, 내부로 침잠하지 않고 언제나 밖을 향했던 그의 도전적인 태도를 함축한다.
#1 파노라마 속으로
이곳에서는 그의 초기 작품 특히 회화 중심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의 자화상과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여러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그림은 문신이 도쿄 일본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하던 시절 그린 자화상입니다.
일본 유학 시기에 제작한 작품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그림이기도 한데요, 해부학에 근거한 인체 표현과 자연스러운 색감을 사용한 이 자화상은, 문신이라는 화가와 당시의 상황에 대해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우선 그림에 표현된 문신의 모습을 주목해 보실까요?
그는 커튼이 쳐진 창문 앞에 한쪽 무릎을 세운 채 앉아있습니다. 오른손은 무릎 위에 얹고 왼손으로는 붓을 들고 있는 자세를 보니,
앞에 세워둔 이젤 위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대범한 선으로 화면을 과감하게 나눈 이 그림에서,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바로 인물의 시선입니다.
그림 작업 중인 화가의 시선은 캔버스를 쳐다보는 대신, 옆쪽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죠.
아마도 자화상을 그리기 위해 거울을 쳐다보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데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문신의 눈빛에서는 자신감과 예술적인 고집이 짙게 느껴집니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문신의 나이는 고작 21살이었지만, 그는 자신을 이렇듯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눈빛을 가진 중년의 거장처럼 묘사합니다.
유학비를 충당하기 위해 간판 그림에서부터 산부인과 조수까지, 온갖 아르바이트를 했던 당시의 상황은 그가 입고 있는 하얀색 작업복을 통해 드러납니다.
이과전(二科展)이라는 재야 공모전에서 떨어진 이듬해 제작됐다는 이 자화상은,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현실에 오롯이 집중한 젊은 화가의 모습, 그리고 그가 지닌 화가로서의 정체성과 높은 자존감을 잘 보여줍니다.
상당히 강한 인상을 심어준 두 작품인 어부와 고기잡이
1945년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문신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 같은 도시, 마산에 정착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산과 바다로 둘러싸인 마산의 풍경을 주로 그린 이 시기를, ‘하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이 시기, 문신은 밝은 색채와 단순화된 면으로 이뤄진 풍경화와 정물화를 주로 제작합니다.
이 작품들에서 그는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와 하늘, 구름의 형태를 색채의 밀도와 화면의 균형을 조절해가며 표현하곤 했는데요, 다시 찾은 고향의 풍경을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경치로만 묘사하는 대신, 현실적인 풍경과 자연에서 느낀 것을 예술적인 관조를 통해 구현해 낸 것이 특징입니다.
‹고기잡이›는 이 시기에 그려진 대표작입니다.
이 작품 속에는 평온하고 아름다운 바다 대신, 생계와 목숨을 바다에 건 어민들의 거칠고 활기찬 삶이 가득합니다.
화폭 안에는 구릿빛 상반신을 드러낸 채 그물을 끌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이 역동적으로 담겨 있죠.
이 젊은 어부들의 모습만큼이나 관람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화폭을 둘러싼 액자입니다.
작가 자신이 직접 제작한 이 목조 액자 위에는 생명력 넘치는 해녀들의 모습이 목각 부조로 새겨져 있습니다.
당시 문신은 물감을 제외한 화구, 즉 캔버스와 캔버스의 틀, 붓과 액자까지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었는데요, 볼륨감 넘치는 해녀들이 가득 조각된 이 나무 액자는 회화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동시에,그 자체로도 완벽한 부조 작품으로서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지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에서도 만났던 문신의 화화작품입니다. 아마도 학교에서 교과서에서도 만났었던 작품...
계절은 한여름인 듯, 짙은 청색 하늘에는 흰 구름이 간간이 떠 있습니다.
바닥에 비치는 그림자로 보아 시간은 한낮인 듯하죠. 화면을 가득 채운 닭장 안에는 닭들이 빼곡히 갇힌 채 뜨거운 한여름 햇빛을 받아내고 있습니다.
디귿 모양으로 꺾인 이 닭장은 화면의 중심부를 돌아가며 채움으로써 관람자의 시선을 닭장 안으로 가둡니다.
닭장으로 둘러싸인 이 좁은 공간 안에는 한 남자가 앉아있습니다. 우산 밑에 앉은 남자의 얼굴은 큰 밀짚모자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자에 비스듬히 등을 기댄 그의 모습에서는 무료함과 무기력이 느껴집니다.
이 그림이 제작된 시기는 1950년 - 바로 한국전쟁이 일어난 해입니다.
화면을 꽉 채운 구성과 닭장 속에 빼곡하게 갇힌 닭들의 모습은 혼란하고 답답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일제강점기 이후 소는 화가들에게 주로 민족적이고 향토적인 소재로 다뤄졌습니다.
그런데 이 그림에서 문신은 소에 대해 다른 작가들과 꽤 다른 접근방식을 취합니다. 철저히 조형적인 관점에서 소라는 대상에 접근하고 있는 건데요, 서로 몸을 밀착한 어미 소와 송아지의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언뜻 보면 마치 한 마리의 소를 그려놓은 듯 보입니다.
두드러진 갈색 윤곽선과 평면화되고 단순화된 화면이 이런 착시를 불러일으키는데요, 이 그림에서 갈색의 선은 어미 소와 송아지의 밀착한 몸을 가로지르며 그들의 골격을 드러내기도 하고, 투시된 어미의 갈비뼈가 되기도 합니다. 덕분에 소는 추상에 보다 가까운 형태를 취합니다.
여러 시선과 각도에서 바라본 대상을 하나의 화폭 위에 표현하고 한정된 색채를 사용함으로써 대상을 단순화, 표면화시키는 이런 실험은
입체주의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여주는데요, 이 그림을 그릴 당시 문신은 모던아트협회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모던아트협회는 후기 인상주의 이후 등장한 야수주의와 표현주의, 입체주의 같은 여러 사조의 조형성을 포괄하며 새로운 모던회화의 양식을 추구했는데요, 이 단체에 참여하기 전이었던 일본 유학 시절 이전부터 문신은 입체주의를 대표하는 화가, 피카소의 그림을 즐겨 모사했다고 합니다.
피카소가 보여준 급진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문신 역시 그림을 이루는 요소들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형태에 대한 적극적인 실험을 해나갔음을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문신의 정물화 몇 점 : 그의 조각작품과는 다소 다른 느낌을...
그의 목판화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그리고 몇몇 인물화 작품들...
1961년, 39세의 나이로 프랑스에 처음 건너간 문신은 65년까지 그곳에 머물며 작업과 생활을 이어나갔습니다.
귀국 이듬해인 66년에 그려진 이 그림에는 프랑스 체류 시절의 영향이 강하게 드러납니다.
당시 그는 파리에서 북쪽으로 약 80km 떨어진 라브넬(Ravenel)에 머물며 고성을 수리하는 일에 참여했는데요, 오래된 돌을 뜯어내고, 새 돌이나 시멘트에 광물성 물감을 혼합해 옛 돌 같은 느낌을 만들고, 돌을 다듬어 쌓아 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재료의 물성과 형태, 대상이 가지는 구조적 관계에 매료됩니다.
그리고 노동의 과정에서 익힌 이런 추상적인 감각들을 페인팅으로 표현하기 시작하죠.
이 그림에서 보이는 추상 형태와 단조로운 색상, 거친 마티에르는 작가의 이런 체험을 통해 얻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넉 점의 문신 도화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
문신은 생전에 100여 점의 도화(陶畫)를 남겼습니다.
도화란, 백자 위에 그린 그림을 말하는데요, 문신은 스스로 ‘채화’라고 이름 붙인 채색 드로잉을 백자 위에 새겨 자신만의 도화 작품을 남깁니다. 문신의 도화 작업은 1981년과 89년, 93년 이렇게 3차례에 걸쳐 12년 동안 진행됐습니다.
이 도화 작업은 문신의 회화세계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데요, 지금 보시는 작품은 1981년 여름 광주 분원요에 머무르며 제작한 것으로, 오랜 유대관계를 맺어온 곡우 진종만의 백자에 작업한 것입니다.
조선백자의 재현에 한 평생을 바쳐온 장인의 백자 위에, 문신은 대칭적인 추상의 형태를 펼쳐 놓습니다.
리드미컬한 곡선과 반복되는 선묘, 대범한 색채는 확산하는 생명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데요, 이런 문신의 드로잉은 백자가 지닌 풍만한 볼륨과 유백의 바탕 위에서 유기적인 추상 형태의 자유로움과 신비로움을 한껏 드러냅니다.
#2 형태의 삶 : 생명의 리듬
1960년 후반 부터 진행된 추상조각 특히 흑단나무와 작업한 작품들을 만나보는 공간
2년간의 한국 생활을 마치고 1967년 프랑스로 다시 건너간 문신은 회화 대신 추상 조각 작업에 본격적으로 매진하기 시작합니다.
1960년대 말까지는 주로 흑단과 쇠나무, 참나무와 아카시아 나무 등을 깎아서 조각을 했는데요, 이 시기부터 문신의 조각에는 구 또는 반구의 형태가 등장합니다.
그에게 있어 구와 반구는 최소한의 조형 단위인 동시에,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하고 구성할 수 있는 조형 요소였습니다.
구와 반구를 어떻게 배열하고 구성하느냐에 따라, 그 구성체인 조각의 모습이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이죠.
지금 보시는 작품은 문신이 프랑스로 건너간 이듬해에 제작됐습니다.
당시 그는 페르피냥이라는 프랑스 남부 도시에서 개최된 ‹국제 조각 심포지엄›에서 작품을 진열, 설치하는 일에 관여하고 있었는데요, 이 심포지움이 열린 페르피냥의 바카레스 해변에는 50여 년 전 좌초된 그리스 선박 한 척이 있었습니다. 리디아 호라는 이름의 폐선이었죠.
문신은 이 폐선에서 버려진 나무를 구해와 그것을 다듬고 깎아 이 조각품을 만들었습니다.
반듯한 구의 형태가 3줄씩 나란히 반복적으로 배열된 가운데, 직사각형의 홈이 규칙성을 깨듯 변주를 만들어 내는 이 작품은, 반복과 변형이 만들어 내는 부분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각가 문신의 드로잉 작품과 소품 조각들...
두 개의 커다란 구와 그 가운데 위치한 작은 구를 두 개의 선이 수직으로 연결해주고 있는 이 작품 속에는 부드러운 볼륨감과 날카로운 선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가장 단순한 형태의 결합이지만, 개미라는 제목처럼 유기적인 형태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추상 세계와 구상 세계가 나란히 공존하는 조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67년, 프랑스로 건너가 조각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한 문신은 어느 날 조각 제작을 위한 드로잉을 하던 중, 종이 위에 커다란 원 두 개를 그려 보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두 원을 두 줄의 선으로 연결해보았죠.
그 결과 생겨난 기묘한 형태가 그의 조형감각을 자극했는데요, 문신은 이후, 원과 선이라는 기본적 형태를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해보면서, 미세한 차이와 변화가 서로 다른 형태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에 흥미를 갖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우주가 원과 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상 만물의 다양한 형태 역시 원과 선의 미묘한 차이와 변화에 의해 생겨난다는 사실 또한 새삼 깨닫게 됐죠.
이런 깨달음을 통해 탄생한 것이 바로 개미 시리즈인데요,
처음 발표됐을 때, 이 작품에는 제목이 붙어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프랑스 관람객들이 문신의 조각이 개미를 닮았다고 말했고,
작가 역시 당시 파리에서 상영하던 곤충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뒤, 자신의 작품이 근면하며 작은 힘을 모아 큰일을 성취하는 개미라는 곤충의 특성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죠.이후 그는 이 작품을 비롯해 유사한 형태의 조각품에 ‘개미’라는 타이틀을 붙이게 됩니다.
단순하고 순수한 조형적 구상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이렇듯 작업 도중, 그리고 관람객과 만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상징과 감정을 담은 유기적인 작품으로 서서히 변해가게 됩니다.
이 작품은 또한 문신 조각의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좌우대칭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두 개의 구를 가로지르는 선의 길이와 방향은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죠. 마치 생명체가 완벽한 대칭으로 성장하지 않듯이, 그리고 지구가 완벽한 대칭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듯이 말입니다. 이렇듯 문신의 조각은 좌우대칭의 아름다움과 미세한 균열을 보여주며,
성장과 변화라는 자연의 법칙을 따라갑니다.
그의 개미 연작과 스케치는 브론즈 작품으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1987년 한국화랑에서 열린 «문신채화전»에 출품된 채색 드로잉입니다.
바탕이 되는 단색조의 면과 중심축에서 양쪽 또는 사방으로 갈라지며 퍼져나가는 선의 조화가 아름다운 작품인데요, 직선과 곡선은 부챗살처럼 펴지거나 서로 겹치기도 하면서 강약을 달리하며 화면을 장악해 나갑니다. 덕분에 드로잉은 섬세하면서 동시에 대담한 모습을 띠게 됩니다.
이 같은 문신의 추상 드로잉은 이 세계와 우주가 점, 선, 면으로 구성된 조형의 세계이면서, 동시에 사물들 사이의 관계와 변화무쌍한 흐름으로 이루어진 열린 세계라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1960년대 말에 제작된 ‘개미’ 시리즈 중 하나로 표기돼 왔습니다.
하지만 가느다란 선이 세 개의 타원을 자유롭게 가로지르며 휘감는 모습을 볼 때, 1970년대 중반 제작된 다수의 드로잉과 《살롱 드 메» 전 등에 출품되었던 일련의 조각 중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한 듯합니다.
흑단을 깎아 만든 이 조각에서는 표면의 재질감을 달리한 점이 눈에 띄는데요, 조각을 감싼 선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반면, 몸체가 되는 타원에는 작은 끌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있죠. 유독 장인적인 정교함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작가가 도구를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단단한 재료의 저항을 완전히 극복한 경지에 다다랐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중심을 벗어나 비스듬하게 서 있는 가느다란 지지대 위에 수평의 덩어리가 안정적으로 올려져 있는 모습은, 작가의 건축적인 균형 감각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은 이 작품과 관련한 드로잉을 다수 소장하고 있는데요, 최초의 아이디어 단계에 그려진 드로잉을 보면, 마치 무중력의 우주 공간에서 선이 자유롭게 유영하고 있는 듯 느껴집니다.
문신 조각의 두드러진 조형적 특징을 꼽으라면, 좌우대칭과 함께, 상승의 움직임이 강하게 느껴지는 수직성을 들 수 있는데요, 때로는 이 작품에서처럼 수평적인 요소가 강조되면서 수직과 수평이 조화로운 긴장감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측면이 거의 고려되지 않고 정면성이 두드러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특징은 작가가 덩어리로 된 통나무보다 납작한 목재를 주로 다루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데요, 문신은 특히 흑단이나 쇠나무처럼 견고하고 무거운 나무를 선호했습니다.
이런 나무들을 자르고 깎고 다듬기 위해 그는, 칼끝이 직선으로 된 끌을 사용해 끊임없이 나무를 문지르고 다듬어 표면에 윤기를 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무의 마티에르 대신, 형태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죠.
그런데 이 조각에 사용한 흑단의 경우는, 예측불가능한 무늬나 결을 지닌 나무입니다.
형태의 물성을 오롯이 드러내는 데 있어 흑단의 이런 마티에르는 오히려 방해요소가 되기도 했죠.
작가 자신도, 때때로 목재의 거친 마티에르가 렘브란트의 그림을 연상시켜서 목재를 깎아 내는 걸 망설이게 된다고 회고하기도 했는데요, 이 작품에서는 앞뒷면의 결을 확연히 달리 만들어 재료의 특수성을 신비롭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3 생각하는 손 : 장인정신
문신은 1960년대 말부터 채색 드로잉을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조각을 제작하기 위한 밑그림으로서의 단순한 드로잉 대신, 새롭고 독특한 하나의 작품을 그리기 시작한 것입니다.드로잉을 한 뒤, 가늘고 굵은 선이나 화려한 색으로 면을 메우는 이 작업을 그는 ‘채화’라고 불렀습니다.
채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문신은 다양한 굵기의 건축용 펜 속에 색색의 중국 잉크를 넣은 뒤, 회화적인 테크닉을 사용해 작품을 그렸는데요, 이렇게 완성된 채화 작품 속에는 조각이나 일반적인 드로잉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아름다움이 드러납니다.
어떻게 보면 만화경 같기도 하고, 원생동물이나 미지의 생명체처럼 보이기도 하고, 빅뱅의 순간을 연상케도 하는 이 채색 드로잉은 점과 선으로 시작해 리듬을 타고 확장되면서 나무 조각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명의 힘을 발산합니다.
60년대 말 이런 채화 작업을 시작한 문신은 1973년 대형 석고 작업을 하던 중 사다리에서 떨어져 4개월간 병석에 누워있게 되면서, 이 작업에 더욱 몰두하게 됩니다.
1960년대 말, 문신은 처음으로 브론즈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브론즈가 가지는 질감과 무게에서 오는 박력에 매료된 그는, 브론즈로 만든 소품이 대작의 무게감에 못지않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나무 조각이 제작에 긴 시간과 노동이 필요한데다 복제도 불가능하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복제가 가능한 브론즈는 보다 생산적인 재료이기도 했죠.
하지만 브론즈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조각할 때와는 다른 기술을 익혀야 했습니다.
재료를 깎아 들어가 형태를 완성하는 나무 조각과 달리, 브론즈는 소조 기법을 바탕으로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점토로 원형을 만들고 그 원형에 석고틀을 뜬 다음, 틀 안에 브론즈를 녹여 주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건데요, 이 과정에서 원형의 물성이나 재질감, 조형성을 유지한 채 작가의 미세한 손길을 그대로 살리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작가가 직접 참여하지 않고 주조 기술자에게 맡기는 경우는 더욱 그렇죠.미켈란젤로 같은 거장도 이런 이유로 브론즈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기도 했다는데요, 문신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만의 제작 방식을 찾았습니다. 파리의 아틀리에에 브론즈를 제작할 수 있는 소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장인의 도움을 받아 제작의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문신이 파리에 아틀리에를 차리기 직전이었던 1969년에 만든 것으로, 이전에 만들었던 나무 조각의 형태를 변주해 제작한 것입니다. 세로로 길게 조각됐던 나무 작품을 가로로 눕히고 밑에는 지지대를 부착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브론즈 조각으로 재탄생시킨 것입니다.
이 작품은 좌우대칭에서 벗어난 극히 소수의 작업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비대칭적인 이 작품은 여전히 ‘절대적인 균형’을 지니고 있습니다. 불규칙한 요소들을 주의깊게 배열해서 시각적인 균형을 잡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 작품이 지닌 절대적인 균형은, 보다 더 본질적인 곳에서 나옵니다.
사실 문신은 이 작품과 동일한 형태의 조각을 흑단으로도 제작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브론즈 작품은 금속이라는 재료가 지닌 유연성 덕분에 양식화된 질서에서 벗어나 문신이 표현하고자 한 본질을 훨씬 더 효과적으로 구현해냅니다.
즉, 닫힘과 열림, 가득참과 비어 있음, 움직임과 멈춤, 단순함과 복잡함, 팽팽함과 느슨함, 부드러움과 날카로움 등이 자유롭게 교차하면서 또 하나의 생동하는 리듬의 형태를 완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이 작품에서 흥미를 끄는 것은, 대칭적인 작품에서보다 날카로운 느낌이 훨씬 더 도드라진다는 점입니다. 부드럽게 흐르는 곡선이 주가 되는 유기적인 형태 위로, 뾰족하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마치 가시처럼 도사리고 있는 것입니다. 위험한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생명체의 방어본능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죠?)
앞에서 나무로 만든 ‹개미› 작품을 감상하셨을 텐데요, 지금 보시는 작품은 브론즈로 다시 제작한 개미입니다.
이 작품에서 보듯, 문신은 새로운 형태를 고안하기보다는 기존의 나무나 석고 작품을 활용해 브론즈 조각을 만들었습니다. 형태는 살리되 크기를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새로운 느낌을 준 것이죠.
문신의 작품 중에서 유독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개미›는 브론즈 뿐만 아니라 스테인리스 스틸 등 다양한 재료와 크기로 만들어지며
개미 연작 시리즈로 확장되었는데요, 작업실에 주물 시설을 갖추고 브론즈 소품을 직접 제작할 당시, 프랑스의 한 갤러리에서는 개미작품 스무 점을 제작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작품의 수가 너무 많아지는 걸 바라지 않았던 문신은 갤러리에게 줄 7점과 자신이 소장할 1점만을 계약해 판매했다고 합니다.
문신이 만든 브론즈 작품은, 겉으로 보이는 형태가 개성적인 만큼이나 만들어지는 과정 역시 독특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점토로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원형 석고틀을 뜨는 데 반해, 문신은 점토로 형태를 빚는 과정을 생략한 채 원형을 만들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우선, 문신은 작품을 세밀하고 날렵하게 만드는 데 있어 점토로 형태를 빚는 과정이 불필요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철근으로 뼈대를 잡은 뒤 철망 등을 이용해 대강의 형태를 만들고 그 위에 석고를 붙여가며 틀을 만들어 냈죠. 이런 제작 방식은 철근 골격을 세운 뒤 그 위에 시멘트를 붙이는 건축의 과정과 닮아있습니다.
프랑스에서 고성을 수리하면서 시멘트와 석고, 그리고 건축적인 구축방식을 경험했던 문신에게는 이런 제작 방식이 더 익숙하게 다가왔을 겁니다.
또 하나는, 그의 조각이 가진 특성 때문인데요, 문신은 조각을 하나의 독자적인 생명체로 간주했죠.
무언가의 형태를 모방한 것이 아니라, 조각의 형태 자체가 생명력을 가진다고 여긴 것입니다. 따라서 생명체의 뼈대에 근육과 피부를 입히듯
철근 뼈대 위에 석고를 입히는 과정이, 그에게는 보다 자연스러운 방식이었을지 모릅니다.
주조를 마치면 작가는 만들어진 조각의 표면을 광이 나도록 연마했는데요, 이 작품은 특히 화강석 느낌이 나도록 착색한 점에서 독특한 개성을 보여줍니다.
그의 스케치 작품과 압인
이 작품은 1989년, 문신이 프랑스에서 귀국한 뒤 제작한 것으로서, 영구 귀국 후 그의 작품에서 두드러지기 시작한 특징을 보여줍니다.
서로 대칭하는 두 개의 구가 뾰족한 유선형 날개를 단 채상승하는 듯한 형태가 등장한 것이죠.
사실, 문신은 세상에 존재하는 특정한 형태를 모방해서 조각을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약동하는 생명력을 내재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형태들을 상상하게 되는데요, 상승의 기운으로 충만한 이 작품은 타오르는 불길, 태양을 향해 솟아오르려는 씨앗, 날아오르는 새처럼, 높이 비상하는 무언가를 연상시킵니다.
‹우주를 향하여 3›라는 제목은 이 작품에서 느껴지는 상승의 기운을 더욱 극대화하는데요, 여기에 작품이 지닌 금속 특유의 물성이 결합함으로써 마치 우주에서 마주하게 된 미확인 비행물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도 하죠.
날렵한 평면과 팽팽한 볼륨 사이의 긴장이 극대화된 이 작품은 지상에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무한한 창공을 꿈꾸었던 작가의 내면세계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4 도시와 조각
문신의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잠실 올림픽 조각공원에 설치된 ‹올림픽 1988›일 것입니다.
서울올림픽이 개최될 당시, 이 공원에서는 부대행사로 개최된 서울현대미술제의 일환으로 72개국 190여 명의 조각가가 참여한 국제야외조각 심포지움과 국제야외조각 초대전이 열렸는데요, 문신은 이 초대전에 40여명의 기술자들과 함께 제작한 높이 25미터, 무게 54톤의 스테인리스 스틸 작품을 출품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시는 모형은 이 작품의 실물을 1/30로 축소한 것인데요, 동일한 형태의 반구를 반복적으로 쌓아 올린 이 작품은 하늘로 승천하는 용처럼 일정한 리듬을 가지고 상승하면서 우주와 생명의 운율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또한, 빛을 반사해 대상을 비추는 금속성 재료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현대적인 느낌이 한층 돋보이기도 하죠.
그런데 반구를 반복적으로 쌓아 올려 기둥을 만드는 이런 형태의 조각은, 이미 문신의 작품세계에 등장한 바 있습니다.
바로 1972년 프랑스 남부, 바카레스 해변에 세웠던 ‹태양의 인간›인데요, 하나의 기둥으로 이뤄진 이 목조 조각 역시 처음 구상할 때는
두 개의 기둥으로 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통나무라는 소재에는 폭과 높이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본래의 아이디어를 완벽히 실현하지는 못했죠. 결국, 작가는 18년이 지난 뒤 스테인리스 스틸이라는 새로운 소재를 활용해 본래의 아이디어를 마침내 완성하게 됩니다.
두 개의 곡면체가 서로를 마주보며 서 있는 이 작품은, 좌우로도, 상하로도 대칭을 이룹니다.
여기에 더해 하나의 선이 이 두 곡면체를 가로지르고 있죠. 덕분에 두 곡면체가 마치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선의 중심은 어느 쪽으로도 밀리지 않으면서, 팽팽한 힘의 균형을 드러냅니다.
문신의 작업 노트에 따르면, 이 작품은 화합과 풍요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시기를 전후로, 문신은 ‘화합’, ‘평화’, ‘하나가 되다’ 같은 제목을 붙이거나 이를 주제로 한 작품을 다수 제작했는데요, 1980년 프랑스에서 영구 귀국한 작가의 눈에, 한국은 매우 달라져 있었습니다.
1960년대 초 도불할 때와는 달리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고, 민주화와 통일에 대한 열망도 팽배해 있었죠.
이런 시대적 배경 위에 탄생한 ‘화(和)’ 시리즈는 1990년대까지 이어졌는데요, 조화와 화합, 평화를 주제로 한 문신의 조각들은 풍성한 볼륨감과 완만한 곡선을 특징적으로 드러냅니다.
1974년, 문신은 프랑스 몽트레이유 시가 주최한 ‘장 조레스(Jean Jaures) 광장’을 위한 기념 분수 설치 콩쿠르를 위해 분수 조각과 벤치, 미끄럼틀, 어린이 도서관 등이 있는 모형을 준비했습니다. 하지만 이 콩쿠르에 문신이 실제로 참여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 모형이 실제로 출품된 것은 «도시 미학과 활력을 위한 탐구»라는 제목의 전시였는데요, 당시 출품됐던 모형은 현재 남아있지 않습니다.
모형을 위해 그린 드로잉만 남아있었는데요, 이 드로잉은 3D 프린팅을 통해 최근 다시 모형으로 재현됐습니다. 이렇게 재현된 모형을 촬영한 것이 바로 지금 보고 계신 사진이죠.
사진을 보시면, 분수 가운데 설치된 치솟는 듯한 두 개의 기둥이 보이실 겁니다.
반구로 구성된 이 기둥 조각은 앞에서 보셨던 ‹올림픽 1988›을 닮아있죠. 이와 비슷한 형태가 가로로 눕힌 분수 조각에서도 발견되는데요, 이 모형을 만들 당시, 문신은 ‘포름 에 비’라는 단체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말로 ‘형태와 삶’이라는 뜻을 가진 이 단체는 현대도시 미학에 관심을 지닌 회화, 판화, 조각, 건축, 응용미술 전공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였습니다. 문신이 이 모형을 출품했던 전시를 주최한 것도 바로 이 단체였죠.
평생 단체에 가입하는 데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가 이 단체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도시환경과 조각의 관계에 대한 그의 관심을 잘 보여주는데요, 20여 년 간 프랑스에 머물면서 조각이 단순한 건물 장식이 아니라 도시환경을 위한 중요한 기능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은 문신은, 영구귀국한 뒤 본격적으로 대형 야외조각들을 제작하며 도시환경 속에서의 조각의 역할을 탐구해 나가게 됩니다.
네 개의 유선형 덩어리가 상하좌우로 마주하듯 배열돼 있습니다.
중심에서 뻗어나가는 선이 이 덩어리들의 표면을 미끄러져 가로지르면서 전체 작품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상하좌우로 대칭을 이룬 이 조각은 막 땅을 비집고 나온 떡잎을 연상케 합니다. 또한, 받침대에서부터 올라온 기둥이 덩어리들을 단단히 떠받들고 있는 모습은, 천지를 잇는 생명의 나무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나가 되다›라는 제목처럼, 하나의 조각 안에 새싹의 발아와 나무의 성장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부분과 전체가 이루는 상호성을 형태적으로도, 의미적으로도 잘 드러낸 이 작품은 수직적인 상승의 기운과 수평적인 확장을 공존시키며 역동적이지만 안정적인 자태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4전시실에는 그에 대한 영상이 상영되고 있습니다. 관람객이 많지 많아 편하게 관람이 가능합니다.
| 관람시간 2시간 이상...
이번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문신 전시회 관람소요 시간은 최소 2시간 정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넓은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상당히 많은 그의 작품들과 2분 전후의 24개의 오디오 가이드를 고려하면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마지막 아트숍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문신 기념품들... 문신 작가의 문신 (타투)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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