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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실 포스팅에 이어 2실 소개진행합니다.

1실 관람이 끝나고 2실로 이동하는 중앙공간 입니다, 이 공간에는 4월~5월 기간에 전시되었던 정선의 인왕제색도가 큰 현수막으로 걸려 있습니다. 1실 관람에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요. 2실도 대략 비슷한 시간을 생각하세요.

 

 

| 저의 수집품을 소개합니다.

어 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2실 공간에서는 총 4개로 나누어 수집품이 소개됩니다.

인강과 자연 / 자연을 활용하는 지게 / 생각을 전달하는 지혜 / 인간의 변화...

 

황소 / 이중섭(1916 ~1956), 1950년대, 종이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여기부터 수집품의 이모저모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두 점의 황소 그림에서 자연을 표현하는 두 가지 방식인 구상과 추상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중섭의 <황소>가 먼저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그림 속 황소는 붉은 바탕 앞에서 울음을 토해내듯 입을 벌리고 있습니다. 커다란 눈망울에 화가의 순수한 마음이 비쳐 보이는 것 같지요. 이중섭은 피폐한 세상을 우직하게 살아내는 황소를 사랑해서 여러 차례 그렸습니다. 화가는 소의 주름과 근육의 결을 드러내듯 선을 힘차게 그었습니다. 구상 회화는 대상의 형태를 닮게 모방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한눈에 황소라고 알아볼 수 있도록 애정을 담아서 그린 것이지요.

 

이번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에서 국내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부분도 상당한 매력포인트가 아닐까...

소와 여인 / 김기창(1914 ~ 2001), 1960년대 초, 종이에 채색, 국립현대미술관

<소와 여인>은 동양화가인 운보 김기창이 그린 반추상 회화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소도 여인도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림 아래쪽을 유심히 보세요. 검은 선으로 소의 얼굴을 살짝 암시해 놓았습니다. 구긴 종이에 물감을 묻혀서 찍은 흔적이 쇠털 같기도 하고, 커다란 황토색 면은 황소의 듬직한 자태처럼 보이기도 하네요. 추상화된 그림에서 소와 여인을 보고 화가가 느낀 마음이 곧바로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자연을 예찬한 작품들이 모여 있습니다. 발걸음을 늦추고 하나씩 천천히 감상해보세요.

 

| 수집품 하나 : 자연과 교감하는 경험

 

구담봉 / 윤제홍(1764-1845 이후), 조선 19세기 전반 종이에 먹, 국립중앙박물관

단양 구담봉은 남한강 가에 솟아 있는 높이 338m의 바위입니다. 주위에 봉우리가 이어져 있으나 문인화가 윤제홍은 다섯 개의 봉우리로 구담봉을 표현했습니다. 화가가 화면 왼쪽에 "구담봉은 웅장하고 막힘이 없다. 신기한 절경 중에서도 특별하고 기이하다”라고 적은 것처럼 신선이 사는 곳처럼 신비롭게 묘사했습니다.

정사신이 참석한 계회도를 모은 병풍 / 작가 모름, 조선 1583-1587년, 비단에 먹, 보물, 국립중앙박물관

그림 여섯 장이 이어진 《정사신이 참석한 계회도를 모은 병풍》이 펼쳐져 있습니다. 계모임 그림이라서 계회도라고 합니다. 요새 사람들 모임 참 좋아하지요. 조선시대에도 그랬습니다. 과거 합격 동기끼리도 모이고, 같은 관청 동료끼리도 모여서 술을 나누고 시 짓는 걸 참 좋아했습니다. 단체 사진 남기듯이 계회도를 주문해서 나눠 가지는 것도 유행이었죠. 계회도는 형식이 있습니다. 제일 위에 무슨무슨 계회도라고 제목을 달고, 가운데에 모임 장면을 그림에 담습니다. 아래에는 참석자 명단을 줄줄이 써 놓지요. 친목을 다지는 그림이라서 그렇습니다.
장면마다 산수풍경이 다른데요, 서로 다른 장소에서 모였기 때문입니다. 두 장면을 같이 보실까요?
가장 오른쪽의 첫 번째 그림은 <괴원장방계회도>입니다. 괴원은 외교 문서를 담당하는 승문원의 다른 이름입니다. 정사신의 첫 근무지였던 승문원 동료들이 한강변에 모였습니다. 사람은 누가 누구인지 모를 정도로 작게 그렸는데, 한강의 물과 강 건너 산은 시원하게 열려 있습니다. 한강은 한양에서 가깝고 경관이 아름다워서 계모임 장소로 사랑받았죠.

가장 왼쪽 그림은 <미원계회도>입니다. 미원은 사간원으로, 임금이 바른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보필하는 관청입니다. 사간원은 경복궁 동쪽, 지금 국립현대미술관 앞에 있었습니다. 그림 속 우뚝 솟은 산이 바로 한양의 상징 북악산입니다. 도시
가까이에 자연이 펼쳐진 서울의 매력은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합니다.
누구나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게 보내는 시간을 꿈꿉니다.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하면 그 즐거움은 갑절이 되겠죠. 자연 속에서 사람들과 어울렸던 추억이 조선시대 계회도에 남아있습니다. 여행지에서 사진을 찍는 현대인의 마음도 마찬가지겠지요.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여기부터는 한국 근현대화가의 다양한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공간, 소위 이름 조금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기회.

 

웅혼하게 세상을 바라보다 / 장승업(1843-1897), 조선 19세기 후반, 비단에 엷은 색, 국립중앙박물관

정사신이 참석한 계회도를 모은 병풍 자연은 인간에게 어머니 같은 공간이지만, 맨몸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이기도 합니다. 인간이 자연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많은 예술의 밑거름이 됩니다. 가장 오른쪽에 걸린 <온 세상을 웅혼하게 바라보다>는 조선 말기의 대가 장승업의 작품입니다. 불쑥 솟아오른 바위에서 매가 날개를 쫙 펼치고 있습니다. 눈매도 발톱도 정말 날카롭네요. 바위 그늘에는 토끼 한 마리가 매의 시선을 피해서 황급히 달아나고 있습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팽팽합니다. 제왕의 위엄 앞에서 소인배는 움츠릴 뿐이라는 의미를 자연의 한 순간에 비유한 그림이지요.

 

산정도 / 박노수(1927~2013), 1960년, 종이에 수묵채색, 국립현대미술관

거대한 바위산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오른쪽 하늘에 초승달이 떠올랐습니다. 달빛이 비친 듯, 바위에는 노란 빛이 어렸습니다. 어디선가 말 달려온 여인이 이 밤의 정적을 깨트립니다. 맨몸으로 푸른 말을 타고 채찍을 휘두르고 있네요. 커다란 바윗돌이 앞에 있어도 거리낌 없이 맹렬하게 앞으로, 앞으로 달려갑니다. 화면 가득한 청록색과 푸른색은 어딘지 모를 신비한 세계로 안내하는 것 같습니다.
제목의 ‘산정’은 산의 정령, 산도깨비를 뜻합니다. 생명의 원천인 천지의 기운을 인간 모습의 정령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자연의 끝없는 생명력이 한 폭의 대작에 담겼습니다.


자기들도 많이 전시되어 있지만, 이번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은 회화에 집중된 전시라고 생각됩니다.

 


항아리들과 독특한 그림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

 

홍매 / 강요배(1952년생), 2005년, 캔버스에 아크릴, 국립현대미술관

안쪽의 그림은 강요배의 <홍매>입니다. 화가의 심리를 표현한 추상화 같은 풍경화입니다. 캔버스에 겹겹이 쌓아올린 물감의 질감과 흐릿하고 짧은 선에서 매화나무 줄기가 어렴풋이 보입니다. 물감은 수수한 색을 써서 거칠거칠한 질감이 먼저 느껴집니다. 조금씩 찍은 붉은 물감에서 매화꽃 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는 것 같습니다. 대상의 윤곽선이 허물어진 대신, 깊이감과 섬세한 맛이 함께 살아났습니다. <홍매>의 반추상 표현과 <분청사기 조화 모란무늬 항아리>는 묘하게 닮았습니다. 현대 미술과 전통 공예의 만남, 낯설지만 서로 통하는 예술의 세계입니다.

 

분청사기 조화 모란무늬 항아리 / 조선 15세기 후반-16세기 전반, 국립중앙박물관

방으로 들어가는 입구 왼쪽에 <분청사기 조화 모란무늬 항아리>가 있습니다. 귀가 네 개 달린 큼직한 항아리입니다. '조화'는 백토 바른 표면을 선으로 긁어 그리는 기법을 말합니다. 분청사기의 갈색 바탕흙과 정돈되지 않은 흰색 붓자국 위로 무늬를 긁어내기 때문에 여러 겹의 깊이감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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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하고 빠른 선으로 긁어낸 표현법인데, 현대적이라고들 많이 말합니다. 이 항아리는 표면이 정말 거칠거칠합니다. 날카로운 선으로 그린 꽃무늬는 사실 모란꽃인지 잘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백토를 휘둘러 바른 흔적과 자유로운 선에서, 꿈틀거리는 생명력이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백자 청화 구름 용무늬 항아리 / 조선 18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참고로 용은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신령한 동물로 일반인들은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니비 / 나비 群蝶圖, 남계우(1811-1890), 조선 19세기, 종이에 색, 국립중앙박물관

사랑해 웹 사업을 유지하고 있고 오후 7일 봄이 시작되면 나비가 찾아옵니다. 나비 그림은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좋은 의미를 지녔습니다. 나비 '접蝶'과 노인 '질'의 중국어 발음이 모두 '디에 (dié)'여서 나비 그림으로 장수를 축원합니다. 19세기 문인화가 남계우는 나비를 관찰해서 종류와 암수를 알아볼 수 있도록 세밀하게 그렸습니다.

 

 

이번 이건희 특별전 4차 전시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불국설경

 

겨울은 고요한 계절입니다. 소복하게 쌓인 눈 속에 소리마저 묻혀버리면 새하얀 별세상이 펼쳐집니다.
박대성의 <불국설경>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눈 덮인 소나무들만 저마다 가지를 늘어뜨리며 겨울의 고요함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1995년 가을, 뉴욕에서 귀국한 박대성은 경주로 내려가 1년간 불국사 손님방에 머물며 불국사 연작을 선보였습니다. 마침 그해 겨울 경주에는 7년 만에 눈이 내렸고, 박대성은 불국사의 설경을 고즈넉한 풍경으로 그렸습니다.

불국설경 / 박대성(1945년생), 1996년, 종이에 수묵채색, 국립현대미술관

그림 왼쪽 윗부분에는 불국사에서 받은 감동을 한글 고체古體로 적어놓았습니다.


불국설경 관람을 마치고 옆 방으로 이동합니다.

 

해학반도도 병풍 /작가 모름, 조선 19세기, 비단에 색, 국립중앙박물관

자연은 늘 변화하지만 짧은 시간을 살다 가는 인간의 눈에는 영원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병풍은 바닷가 절벽에서 자라난 복숭아와 학 무리를 그린 것으로 십장생도에서 파생된 장식 그림입니다. 반도蟠桃는 삼천 년에 한번 열매를 맺으며, 한 알을 먹으면 수명이 삼천 년 늘어난다고 하는 복숭아입니다. 해가 떠올라 불그스름하게 물든 대기 속에 신선의 세계처럼 환상적인 경치가 펼쳐져 있습니다.

 

작품 / 김흥수(1919~2014), 1970년대,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붉은색과 녹색 계통 물감이 번지고 서로 스며들면서 생명력을 표출하는 작품입니다. 김흥수는 추상과 구상을 오가며 실험적인 작품을 남긴 화가입니다. 구상과 비구상, 한국화와 서양화, 음과 양 등 양립하기 어려운 개념들이 함께 존재하는 작업을 했는데, 이 <작품>은 두 가지 개념이 양립하는 시기 에 제작한 작품입니다.

 

구리선으로 작업한 정광호의 나뭇잎 어디서 이런작품을 본적이 있는데, 기억나지 않는다.

천경자 화백의 만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여성 작가로 기존 그림과 다소 다른 것 같지만, 색감은...

 

흙을 다루는 지혜

자연을 활용하는 지혜는 문명의 조건입니다. 인간은 변화무쌍한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연을 탐구하고 인간에게 유리하게 활용했습니다. 여기 토기부터 도기, 청자, 자기로 이어진흙 그릇의 수천 년 역사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윗줄 제일 왼쪽에는 반질반질하게 문질러 만든 <붉은간토기 항아리>가 있습니다. 토기 만들기는 최초의 화학 기술이자 혁신이었습니다. 흙과 물로 빚은 그릇을 불에 구우면 단단해진다는 것을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오랜 경험으로 터득했습니다. 처음에는 모닥불을 피웠지만, 나중엔 경사면에 가마를 지어서 물이 스며들지 않는 단단한 도기를 구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끓이는 조리법도, 물기 있는 음식물 보관도 훨씬 편해졌지요. 생활의 혁명이 일어난 것입니다.

 

윗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그릇인 <긴 목 항아리>를 보세요. 가마 속에 날리는 잿가루가 우연히 그릇 표면에 녹아내리면 반짝이는 막이 생깁니다. 인간은 이 현상을 연구해서 유약을 만들어냈습니다. 재료 배합과 불 때기를 섬세하게 조율하면 옥처럼 고운 그릇을 만들 수 있습니다. 청자의 탄생입니다.

더 아름답고 더 단단한 그릇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은 마침내 자기의 탄생으로 이어졌습니다. 자기 흙은 고령토에 장석과 석영을 섞어 1300도의 고온에도 견디도록 특별히 만든 것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백자 만들기 좋은 흙을 찾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전국을 조사할 정도로 힘을 기울였지요. 도자기 만들기는 과거의 첨단 기술이자 예술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나라 첨단 공학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권진규 / 손

박수근, 이중섭과 더불어 근대 3대 화가중 한명인 권진규의 작품

권진규는 몰라도 얼굴이라는 테라코타 작품을 모두들 알고 있을 듯...

 

생각하는 여인 / 최종태(1932년생), 1992년, 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인간은 모르는 것이 참 많습니다. 자연은 경이로우면서도 두렵고, 죽음은 도무지 알 수 없는 끝이지요.
인간은 오래전부터 삶의 본질을 사유해 왔습니다. 최종태가 만든 <생각하는 여인>은 반가사유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왜 모든 것은 병들고 죽을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유한한 생의 의미를 고뇌한 석가모니의 말씀은 글로 남아 지혜의 보물이 되었습니다

 

| 생각을 전달하는 지혜

오늘 소개하는 2관의 세번째 전시공간입니다. 우리나라 불교예술의 정리

 

보살과 부처 불상

 

 

불설아미타경

여러 불교서적들과 불화 등이 전시되어 있다. 불화의 경우 설명 없이 감상하기 참 어려운데, 하단 설명과 함께 감상하면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감상이 된다는...

 

대광방불 화엄경

 

바로자나불, 문수보실, 아수라... 등등 

 

업경대 /;조선 17세기, 나무와 금속, 국립중앙박물관

대웅전이나 지장전 안에는 <업경대>가 있었습니다. 『불설예수시왕생칠경』 등 경전에는 죽은 이가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을 때, 생전의 죄를 모두 비추는 거울인 업경 앞에 선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업경대는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전하는 도구입니다.

 

번좀 / 고려 10~11세기

사운드 키시고 동영상 감상해 보세요

 

 

 

고사인물화보 /진재해, 장득만 등 8인, 조선 18세기 전반, 종이에 색,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유난히 자녀 교육에 힘을 쏟았습니다. 왕실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천자문』은 기본이고 어려운 유교 경서까지 읽어야 했습니다. 아직 글자를 모르는 어린 아이를 위한 교재도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과 똑같이 그림책으로 공부를 시작했지요. 그림책인 《고사인물화보첩 》4권에 모두 65장의 그림이 실려 있습니다. 본받을만한 옛 성인과 역사적인 사건을 한 장씩 그려서 교훈을 배울 수 있게 엮은 것입니다. 필선과 채색이 꼼꼼해서 원색 화보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림 아래에는 화가의 이름도 작게 써 놓았습니다. 장득만, 진재해 등등 여덟 명이 나오는데, 모두 18세기 초반에 도화서에서 근무한 화원들입니다. 여러 왕실 화가들이 힘을 합쳐 그렸으니 왕실 어린이를 위한 귀한 그림책이었겠지요. 정조 임금은 이 그림책 맨 뒷장에 자기 도장을 찍어놓았습니다.

 

경현당 갱재첩 /영조(재위 1724-1776), 권적(1675-1755), 김상성(1703-1755) 등 14인, 조선 1741년, 그림:

교육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이를 가만히 내버려두자니 불안하고, 너무 간섭하자니 잔소리가 되니까요. 《경현당 갱재첩>에서 영조 임금의 아들 교육 이야기를 살펴보세요. 사도세자는 두 살 때부터 『천자문』을 읽었습니다. 대단한 조기교육이었네요. 영조는 경현당에 세자와 신하들을 불러서 공부 성과를 들었습니다. 그림을 보면 빈자리로 나타낸 왕과 세자 앞에서 열세 명의 신하들이 임금이 내린 술상을 받고 있습니다. 영조는 세자가 총명하다는 신하들의 칭찬을 들으면서도 아들이 영 미덥지 못했나 봅니다. “살이 찌고 밖에서 노느라고 피부가 탔다”고 핀잔을 준 일이 이 서화첩에 기록되어있습니다. 물론 영조는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사도세자를 다그쳤겠지만, 지나치게 강압적인 교육은 훗날 벌어지는 비극의 씨앗이 되고 말았습니다.

 

 

| 인간의 변화를 탐색하는 경험

오늘 소개한 '어느 수집가의 초대 –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의 마지막 공간

 

전우 초상과 권상하 초상

 

박수근의 한일
서진달의 나부입상

 

근대 작품중 인물화를 대표하는 석점의 작품들...

 

노란 옷을 입은 여인 / 이인성(1912~1950), 1934년, 종이에 수채, 대구미술관

20세기 전반 인간을 향한 시선과 표현이 다양해지면서 근대 지식과 문물을 체현한 신여성이 그림에 등장했습니다. 화가 이인성이 연인이자 훗날 아내가 되는 김옥순을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녀는 대구 유지의 딸로 당시 일본 도쿄에서 의상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던 신여성이었습니다.

 

여인과 고양이 /박래현(1920-1976), 1959년, 종이에 수묵채색, 국립현대미술관

불안한 현실과 이를 포용하듯 묵묵히 받아들이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그림입니다. 여인의 다리 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검은 고양이, 여인 뒤쪽의 검은 그림자, 날카로운 가시와 나뭇가지, 그리고 거꾸로 매달린 새는 여인 주위에 존재하는 불안을 상징합니다. 여러 불안 요소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여인은 묵상하고 있습니다.

 

 

군상 /이응노(1904 ~1989), 1985년, 캔버스, 종이에 수묵, 국립현대미술관

이응노가 그린 <군상>은 “인간의 근원적인 불안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화가 나름의 대답처럼 보입니다. 외로움을 견디기 어려운 인간은 작게는 가족, 크게는 국가라는 울타리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또 누구나 독립된 주체로 살고 싶어 합니다. 근원적인 모순이지요.
<군상>에서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얽혀 거대한 에너지를 분출합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저마다 몸짓도 모습도 똑같은 사람이 없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따로, 그러나 함께하는 그림이라서 이처럼 용솟음치는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는 것이겠지요.

 

산울림 19-II-73#307 / 김환기(1913 ~ 1974), 1973년,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인간은 상상의 힘을 발휘해서 보이지 않는 세계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김환기의 <산울림>은 예술가의 상상력이 무르익었을 때 한 폭의 그림에 우주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화가는 캔버스에 아교물을 바르고 그 위에 하나씩 하나씩 점을 찍고 테두리를 두르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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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 몰두하다보면 어느새 이 큰 캔버스가 점으로 가득 찹니다.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면, 별과 달과 우주가 소용돌이치는 파동이 캔버스에 번져나갑니다. 문화유산과 예술은 무한한 세계로 들어가는 초대장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어느 수집가의 초대”는 어떠셨나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되셨기를 소망합니다.

 

방혜자 / 하늘과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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