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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수집가의 초대-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삼수 끝에 드리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희 회장 특별전 다녀 왔습니다.

매달 예매에는 성공했지만, 이상하게도 그날이 된면 일이 생기면서 예약 취소를 거듭하다가, 마지막 차시에 전시회를 다녀 왔습니다. 

지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전시회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재력과 안목을 모두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본인은 물론 지금 전시장에 있는 저에게도 큰 축복으로 생각됩니다.

 

|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현장 판매 및 사전예매

이미 두 방법 모두 쉽지는 않습니다. 이건희 전시회 온라인 예약은 이미 마감되어, 인터파크티켓 사이트에 잠복하면서 취소표를 기다리거나, 관람일 오전 일찍 현장에 와야 당일 티켓을 구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오후 2시 30분 예약한 티켓을 발권하러 왔는데, 이미 당일티켓은 다 마감이네요.

 

장소는 국립중앙박물롼 3층에 위치한 기획전시실입니다. 굵직한 전시들이 자주 열리는 장소로 매시간 정시와 30분에 입장이 가능하고 매 시간 입장인원이 정해있어 너무 일찍 올 필요 없습니다.

 

| 전시장 아트숍

아트숍에는 이번 전시작품을 이용한 엽서나 소소한 기념품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느 수집가의 초대-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도록은 25,000원

 

십장생도를 모티브로 디자인된 피트닉 세트. 가격은 무난한데, 크게 매력적인 디자인은 아니네요.

 

2시 30분 전시회 입장을 시작합니다. 입장후 관람시간 제한은 없네요.

 

| 아쉬운 오디오 도슨트

어느 수집가의 초대-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은 국립박물관 전시안내앱에서 무료로 오디오 도슨트 이용이 가능합니다. 또한, 가수 양희은씨가 오디오를 담당했네요.

다만 앱이 백그라운드 재생지원이 되지 않아, 카메라를 켜거나 하면 초기회되는 불편함이 있네요.

 

|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회는 1실과 2실로 나누어 전시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1실 전시품 소개합니다.

 

이번 전시회의 시작은 소박하면서 따뜻한 느낌으로 시작됩니다.

석인상 조선, 화강암, 국립중앙박물관

어느 수집가가 여러분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이 집은 다양한 수집품으로 꾸며져 있습니다. 수집품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여러분들에게 들려드리겠습니다.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 <석인상>이 먼저 반겨줍니다. 어딘지 정겨운 모습입니다. 길쭉하게 늘어진 귓불을 보면 부처님같기도 한데, 퉁방울눈에 주먹코는 아무래도 장승을 닮았습니다. 마을 어귀에서 잡귀를 쫓아주던 고마운 석물이었습니다.

 

 

테라코타 하면 생각나는 귄진규 조각가의 작픔으로 시작하는...

..권진규(1922-1973), 1967년, 테라코타에 채색, 국립현대미술관

왼쪽으로 돌면 저 앞에 궁궐 대문처럼 위가 둥근 문이 보입니다. 우리나라 근현대 조각의 선구자 권진규가 점토로 빚어 만든 작품입니다. 닫힌 문 뒤에 펼쳐질 세계를 상상해보니 어딘지 두근거리네요.
권진규는 점토를 참 좋아했습니다. 자유롭게 주무르기 좋고, 불에 구울 때 우연한 변화도 기대해볼 수있는데다가, 작가가 끝손질까지 맡는 재료이기 때문입니다. 점토로 만들어 영원히 존재할 이 <문>을 지나 수집가의 집으로, 그리고 수집품이 만들어진 과거의 시간으로 들어갑니다.

 

1. 저의 집을 소개합니다.

 

임옥상(1950년생), 1991년, 종이부조에 채색, 국립현대미술관

오른쪽으로 들어서니 기와집이 있는 종이부조가 보입니다. 작품 제목은 <김씨연대기>입니다. 가만히 보면 기와집 아래에 거인처럼 큰 노부부가 누워있습니다. 황토 땅 위에 긁어 그린 것처럼 윤곽만 보입니다. 

임옥상은 현대사의 굴곡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굳건하게 터전을 일구고 살아간 우리윗세대의 삶을 이야기해주지요. 우리 눈앞의 오늘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선조의 땀과 희생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사실을 곱씹게 됩니다.

 

 

키스 김정숙

 

가족 장욱진(1918&ndash;1990), 1979년,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수집가의 집으로 들어서면 가족의 사랑을 표현한 그림과 조각들이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먼저 장욱진이 그린 <가족>을 보세요. 그림에는 허물없이 지내는 행복한 가족이 등장합니다. 동화처럼 순진무구한 모습입니다. 하늘에는 해와 달이 떠있고, 땅에는 원두막이 서있습니다. 그림 한가운데에 둥근 보금자리가 떠올라 있습니다. 세 가족과 강아지를 우주가 보듬어주는 것 같습니다. 벌거벗은 모습에 그 무엇에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장욱진은 "나는 심플하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고 합니다. 화가의 소탈한 성품이 그대로 그림이 된 것 같습니다.

 

모자상 권진규(1922-1973), 1960년대, 테라코타에 채색, 국립현대미술관

온 세상 풍파에서 아이를 지켜내겠다는 굳은 의지를 드러내는 듯한 어머니와 아이를 조각했습니다.
여인의 시선과 입매, 그리고 아이를 두 다리로 받치고 탄탄한 양팔로 감싸 안은 자세에서 긴장감이 전해집니다. 엄마의 든든한 보호를 받고 있는 아기는 평온하기만 합니다. 권진규 특유의 사실성과 정신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모자 백영수
꽃과 새 / 작가미상

 

어느 수집가의 초대 두 번째 공간으로 이동합니다.

 

동자석

주인의 영혼을 위로하고 수호신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아기 업은 소녀 /&nbsp;박수근(1914&ndash;1965), 1962년, 패널에 유채, 박수근미술관

다음으로는 박수근이 그린 <아기 업은 소녀>를 감상하세요. 짧은 치마에 저고리를 입은 소녀가 아기를 업고 어르고 있습니다. 엄마 아빠가 모두 일하는 한낮에는 아기 돌보기가 소녀의 몫이었나 봅니다.
옆집 친구는 학교에 간다는데, 서운한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그래도 소녀는 지긋이 미소 짓고있습니다. 떼쟁이 막냇동생이지만 내 가족이니까요. 박수근은 캔버스에 채도가 낮은 물감을 겹겹이발라서 독특한 질감을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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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바닥 같이 거칠면서도 어딘지 그리운 느낌이 듭니다. 박수근은 1950년대 서울의 일상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사람들은 전쟁으로 상처를 입었지만 결코주저앉지 않았습니다. 폭격으로 무너진 잔해를 치우고, 가족이 굶지 않도록 일거리를 찾아 뚜벅뚜벅 살아내었습니다. 박수근은 이런 보통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림으로 보여주었습니다.

 

현해탄 /&nbsp;이중섭(1916&ndash;1956), 1954년, 종이에 유채, 연필, 크레용, 이중섭미술관

오른쪽 벽에 작은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이중섭이 그린 <현해탄>입니다. 그림 가운데 검푸른 파도가 '현해탄'이라고 불렀던 대한해협입니다. 그 파도 너머 엄마와 두 아이가 어서 오라고 손짓합니다.
이중섭 자신은 배를 타고 가족에게 향하고 있네요. 얼마나 반가운지, 화가의 얼굴은 거꾸로 돌아가 있습니다. <현해탄>은 소망을 그린 작품입니다. 1952년, 이중섭의 부인 마사코가 두 아들을 데리고 일본으로 떠났습니다. 서울에 남은 이중섭은 종종 편지에 그림을 동봉해서 가족에게 보냈습니다.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말이지요. 이중섭은 이 그림을 부친 뒤에 가족을 다시 보지 못하고 마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결국 이루지 못한 소망이 담긴 그림이라 더 쓸쓸합니다. 글과 그림에 남은 가족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오늘 우리에게도 그 진실한 마음이 잔잔하게 다가옵니다.

 

판잣집 화실 /&nbsp;이중섭(1916&ndash;1956), 1950년대, 종이에 펜, 수채, 크레용, 국립현대미술관

인간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데, 이를 잘 하는 사람이 바로 화가입니다. 화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창작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 속 화가는 단칸방 벽에 수많은 작품을 붙여놓고 파이프를 문 채 누워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예술에 몰입한 화가에게는 허름한 골방도 예술의 성전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합니다.

 

백자 달항아리 /&nbsp;조선 18세기, 국립중앙박물관

 

 

가장 왼쪽에 걸린 1968년 작품은 푸르스름한 배경에 빨간색, 파란색, 검정색 점을 찍은 그림입니다. 1960년대에 뉴욕에 정착한 김환기가 더 완전한 추상 회화를 시도하면서 그린 것입니다. 하지만 그림 왼쪽 위를 가만히 보세요. 큼직한 동그라미에서 달이 연상되고, 그 주변의 점들은 수많은 별처럼 보입니다. 김환기가 그리고 싶었던 마음의 풍경은 달과 달항아리에 뿌리내리고 있었나 봅니다. 시작은 항아리였지만 그 끝은 추상 회화가 된, 김환기의 달 이야기였습니다.

 

춤추는 가복 / 이중섭

 

정효자전ㆍ정부인전 /&nbsp;정약용(1762-1836), 조선 1814년, 비단에 먹, 국립중앙박물관

200년 전 조선시대 글이 위아래로 걸려있습니다. 위쪽 액자는 <정효자전>입니다. 전라도 강진 사람 정여주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이 너무나 보고 싶었습니다. 손주들을 홀로 키우는 며느리도 안타까웠지요. 마침 고을에 귀양살이 온 선비가 그렇게 글을 잘 쓴다고 합니다. 그래서 선비에게 가족 이야기를 글로 남겨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 선비는 다산 정약용이었습니다. 가족과 떨어진 유배 생활이 벌써 10년이 지나고 있었으니, 아들을 잃은 아버지 마음이 남 일 같지 않았을 것입니다.
<정효자전>은 어린 시절부터 효성스러웠던 정관일의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정관일이 서른 살에 세상을 떠나자, 부친은 이렇게 울었다고 합니다. “너는 한번 죽었지만, 나는 세 가지를 잃었다. 아들을 잃고, 친구를 잃고, 스승을 잃었다.” 그 아래의 액자는 <정부인전>입니다. 홀로 남은 정관일의 부인이 두 아들을 엄하게 가르친 마음가짐이 실려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작품 옆 모니터로 읽어보세요.

 

 

 

책가도 병풍과 이를 재현한 장식물...

소소한 볼거리가 많아 관림객이 밀리는 곳...

자개함과 주판, 주판알이 어떤 것인지 궁금 하다... 설명이 없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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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연적들... 복숭아연적과 사자 연적...

 

 

책가도 병풍 /&nbsp;작가 모름, 조선 19세기, 종이에 색, 국립중앙박물관

수집의 공간으로 어서 오세요. 귀한 물건을 수집하고 싶은 마음은 옛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책가도 병풍>에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수집하고 싶었던 물건이 잔뜩 그려져 있습니다. 벼루와 연적은 선비의 친구였고, 청동향로와 옥장식 같은 골동품도 하나쯤 가지고 싶은 물건이었습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물건들이어서, 이렇게 실감나는 그림으로 그려서 방에 펼쳐놓았나 봅니다.

 

삿자리 장식 삼층 장&nbsp; / 조선 18-19세기, 나무와 금속, 국립중앙박물관

<책가도 병풍> 왼쪽에는 한옥 방 같은 공간에 여러 가지 목가구가 놓여 있습니다. 가구는 공간입니다.

겉모습이 아니라 그 안의 공간이 쓰임새가 있으니까요. 그 공간에 갖가지 물건을 보관했습니다. 먼저 가장 큼직한 삼층장을 살펴보세요. <삿자리 장식 삼층 장>입니다. 붉은 칠은 왕실의 품격을 상징합니다. 기둥을 삼각형 단면으로 섬세하게 깎아서, 큼직하지만 날렵한 모습입니다. 앞면을 자세히 보세요. 가늘게 쪼갠 대오리로 삿자리무늬를 엮어 붙였습니다. 값싼 재료도 솜씨부리기에 따라 얼마든지 값진 물건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작품 87-A1 /&nbsp;곽인식(1919&ndash;1988), 1987년, 캔버스, 종이에 수채, 국립현대미술관

흡습성이 좋은 얇은 화지和紙에 색점을 무수히 많이 칠해 물감이 번지는 효과를 내는 기법으로 활동을 한 곽인식의 작품입니다. 물감 농도에 따라 색점이 다르게 보이며, 관점에 따라 색점이 서로 밀치고 흩어집니다. 이 작품과 조선 19세기 청화백자 문양의 푸른색이 잘 어울립니다.

 

 

이번 이건희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에서 유일한 외국 작가의 작품이자 가장 관심을 모으는 작품 중 하나가 있는 공간입니다.

수련이 있는 연못 /&nbsp;클로드 모네(1840-1926), 1917&ndash;1920년, 캔버스에 유채, 국립현대미술관

수집가의 집을 돌아보고 나오면 이제 후원에 해당하는 공간이 나타납니다. 여기에 클로드 모네의 그림 <수련이 있는 연못>이 걸려 있습니다. 정원과 연못을 사랑한 화가들이 많지만 인상주의의 창시자 모네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겁니다.
모네의 별명은 ‘빛의 사냥꾼’입니다. 야외에서 빛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풍경을 재빨리 그렸기 때문입니다. 여러 곳을 여행하며 풍경의 빛을 그렸던 모네는 결국 자신의 뒷마당이 가장 좋은 풍경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네는 파리 근교 지베르니에 집을 마련하고, 정원에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을 심어 가꾸었습니다. 모네는 “정원은 나의 가장 아름다운 명작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지요.

모네의 수련 그림은 250점이 넘습니다. 같은 대상이라도 빛에 따라 눈에 보이는 색이 달라지니까 여러 번 그린 것입니다. 작업은 결코 편하지 않았습니다. 야외에서 오래 작업한 탓인지 시력이 많이 나빠졌고, 70대에는 아내와 아들을 차례로 잃었습니다. 모네는 실의에 빠져 6년 가까이 그림을 그릴 수 없었습니다. 친지와 친구들의 위로 덕분에, 모네는 다시 붓을 들었습니다. 이 그림에서 연못의 주변 풍경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직 수련과 물 표면의 미묘한 색조만 남았습니다. 대상은 빛 속에 모호하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훗날 추상 회화의 출현을 예고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인상주의의 거장 모네가 삶의 끝자락에서 다다른 경지를 느껴보세요.

 

이건희 특별전 제1실 전시장 마지막 공간은 촉각체험장으로 마무리됩니다. 

모네의 수련과 달항아리 동자승 모형을 만지면서 작품의 촉각적인 부분도 느낄 수 있는 기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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