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6월 2일 부터 열리고 있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관람후기 입니다. 정말로 힘들에 얼리버드 티켓팅에 성공해서 어제인 토요일 가족과 함께 관람하고 왔습니다.
| 기대보다 인기가 없나? 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 현장발권 쉽네
워낙 힘들게 사전 예매를 했고,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하는 규모있는 전시회의 경우 당일 현장발권은 엄두도 낼 수 없었는데요. 이번 전시회 현장발권은 너무 수월해서 당황스럽네요.
오히려 사전 예약하고 일찍 방문하는 것보, 바로 발권하는 것이 대기 없이 빨리 입장이 가능한 경우가 생기네요.
사전예약의 경우 진 줄 서지 않고 별도 발권기를 통해 빠르게 발권 가능합니다..
| 전시회 기본 정보
제목 :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전시기간: 2023.6.2.(금)~10.9.(월) / 휴관일 : 9.29.(추석 당일)
예매 : 네이버, 티켓링크, 인터파크에서 2주 간격으로 입장권 추가 판매 진행
| 4개의 섹션 & 대표 작품 52점 국내 최초 공개 > 관람시간 2시간 내외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전시회에는 라파엘로 '성모자와 세례 요한', 카라바조 '도마뱀에 물린 소년, 렘브란트 '63세의 자화상', 컨스터블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 마네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 반 고흐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 등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회화부터 종교개혁......
20세기 초 근대 회화까지 유럽 작가의 이름과 제목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내셔널갤러리 런던 대표 소장품 52점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관람 시간은 최소 2시간 생각하셔야 합니다. 특히 관람객이 많아 대기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도 합니다.
| 오디오가이드 (필수) & 도슨트 (없음)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도슨트는 운영하지 않습니다. 대신 전시작품 52점 모두 소개되는 오디오가이드는 3천원에 대여 후 사용이 가능합니다. 저는 바이브앱에서 제공된다고 해서 별다른 생각없이 입장했는데, 바이브앱에서는 대표작품 아주 일부만 소개되고 있네요. 가능한 오디오가이드 이용하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특히 오디오가이드를 추천 드리는 이유는 아래와 같이 작품 설명이 하단 바닥에 위치해 있습니다. 상당히 보기 불편하고, 관람객이 많아 접근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보통 작품 옆부분에 배치해서 동선과 시선을 분산시키는데. 이번 영국 내셔널 갤러리 명화전 작품과 설명 배치는 상당히 불편하네요.
[섹션 1] 르네상스, 사람 곁으로 온 신
[섹션1 - 01] 사람의 모습을 닮은 신
서재에 있는 성聖 히에로니무스, 1475년경
안토넬로 다 메시나, 1456년부터 활동, 1479년 사망 / 목판에 유화, 45.7 × 36.2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94년 구입
그림의 배경은 4세기의 학자이자 수도사였던 성 히에로니무스(성 예로니모)의 서재로, 그림이 그려진 15세기 서재의 모습입니다. 그가 그리스어에서 라틴어로 번역한 ‘불가타 성경’은 지금도 가톨릭 교회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바닥 타일과 반복되는 아치 등에 선 원근법이 엿보입니다. 계단 위의 공작, 자고새, 그릇에 담긴 물은 영원, 진실, 순수함을 상징합니다. 오른쪽에 있는 사자는 성 히에로니무스가 발바닥에 박힌 가시를 빼준 뒤 사자가 성인을 따랐다는 전설을 반영합니다. 안토넬로는 네덜란드 화가의 영향을 받아 섬세한 묘사가 돋보이는 유화에 능숙했으며, 베네치아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음부터는 너무나도 유명하고 쟁쟁했던 르네상스 시대 대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성聖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 1500년경.
산드로 보티첼리, 1445년경-1510 / 목판에 템페라, 64.8 × 139.7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924년 몬드 유증
보티첼리는 장식적이고 우아한 그리스·로마신화 주제의 그림들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말년에는 도미니크회 소속 수사 지롤라모 사보나롤라(1452–1498)를 추종하면서 이 작품처럼 경건하고 담백한 종교적인 그림을 주로 그리게 됩니다.
5세기에 살았던 주교 성 제노비오는 훗날 피렌체의 수호성인이 되었습니다. 15세기 피렌체를 배경으로 성 제노비오가 피렌체에서 일으킨 세 가지 기적을 그렸습니다. 자를 대고 그은 듯한 선 원근법으로 공간감을 주었습니다.
성모자 聖母子, 1480-90년경
조반니 벨리니, 1435년경-1516 / 목판에 유화와 템페라, 90.8 × 64.8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55년 구입
벨리니가 그린 작은 성모자상은 개인의 종교 활동을 위한 그림으로 인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베네치아에서 손꼽히는 화가 가문 출신으로, 티치아노 등 다음 세대의 베네치아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중세 그림의 금빛 배경 대신 하늘과 산이 보이는 풍경 앞에 성모와 아기 예수가 다정히 앉아 있습니다. 소박한 옷차림과 부드러운 몸짓은 두 사람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성모가 손에 든 석류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상징합니다. 대리석 난간 앞에는 화가 이름이 쓰인 종이가 붙어 있습니다.
성모자聖母子와 세례 요한 (가바의 성모), 1510-11년경
라파엘로, 1483-1520 / 목판에 유화, 38.9 × 32.9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65년 구입
전성기 르네상스 대표 화가인 라파엘로가 자신의 걸작인 〈아테네 학당〉을 바티칸 교황궁에 그리던 시기에 그린 작품입니다. 가바 남작 조지 캐닝의 소유였으므로 ‘가바의 성모’라고도 불립니다.
로마 교외를 떠올리게 하는 풍경을 배경으로, 갈대로 만든 십자가를 든 세례 요한이 아기 예수에게 훗날 겪게 될 수난과 부활, 신성한 사랑의 상징인 카네이션을 건넵니다. 인물들 사이의 감정 교류가 돋보입니다. 건축적 배경과 성모의 모습으로 강조된 두 아이의 손이 화면 중앙에 있으며,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 속 인물들이 배경과 조화를 이룹니다.
[섹션1 - 02] 신화 속 신과 사람들
그리스 로마 신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작품들을 보면 글로만 내려오는 신화를 작가의 상상이 붙어 표현된 작품에 감탄을 하곤 합니다. 이번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도 여러 신화 기반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데요. 과연 어떠한...
[왼쪽] 나르키소스, 1500년경
화가 모름 (조반니 안토니오 볼트라피오1467년경-1516의 추종자) / 목판에 유화, 23.2 × 26.5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910년 조지 솔팅 유증
젊고 아름다운 나르키소스(그리스어로 나르시스)가 물그릇에 비친 자기 얼굴을 바라봅니다.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는 에코와 나르키소스에 대한 그리스 신화가 실려 있습니다. 나르키소스는 님프 에코의 사랑을 거절했을 뿐더러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런 그가 연못에 비친 자기 얼굴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고,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던 나르키소스는 결국 죽고 맙니다. 나르키소스 신화는 오늘날 허영을 경계하는 이야기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오른쪽] 아폴로와 다프네, 1470-80년경
피에로 델 폴라이우올로, 1441년경-1496년 이전 / 목판에 유화, 29.5 × 20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76년 윈 엘리스 유증
피렌체 도시 전경과 아르노강을 배경으로 르네상스 시대에 널리 읽힌 고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43BCE-17/18)의 『변신 이야기』에 담긴 신화를 그린 그림입니다.
아폴로가 활과 화살을 가지고 노는 큐피드를 놀리자 이에 기분이 상한 큐피드는 아폴로에게 황금 화살을 쏘아 다프네를 사랑하게 하고, 다프네에게는 납 화살을 쏘아 그를 거절하게 합니다. 아폴로가 다프네를 쫓아가 손이 닿는 순간, 다프네는 아버지인 강의 신 페네우스의 도움으로 아폴로를 피해 월계수 나무로 변합니다. 사랑과 두려움, 좌절이 그림에 담겨 있습니다.
겁탈당한 가니메데, 1575년경
다미아노 마차, 1573년경부터 활동 / 캔버스에 유화, 177.2 × 188.7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24년 구입
거대한 독수리가 벌거벗은 소년을 움켜쥐고 하늘을 날고 있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따르면, 목동인 가니메데는 아름다운 외모가 눈에 띄어 독수리로 변신한 주피터에게 납치되었고, 올림푸스산에서 신들의 식사 시중을 들게 되었습니다.
이 그림은 원래 변호사 프란체스코 아소니카의 저택 테라스 천장을 장식하려고 그린 것입니다. 아소니카는 티치아노의 법률대리인이었고 마차는 티치아노의 제자였으므로, 티치아노가 마차를 아소니카에게 추천했을 수도 있습니다. 원래 팔각형이었으나 18세기 초 벽에 걸 수 있게 캔버스를 더해 직사각형으로 만들었습니다.
머큐리, 큐피드와 함께 있는 비너스 (사랑의 가르침), 1525년경
코레조, 1494년부터 활동, 1534년 사망 / 캔버스에 유화, 155.6 × 91.4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34년 구입
전령의 신 머큐리가 다정하게 아들 큐피드에게 읽기를 가르치고, 사랑의 신 비너스는 그 옆에서 우리를 바라봅니다. 신들의 이야기를 빌려 그려진 누드에서 이상적인 비례와 사실적인 명암법이 돋보입니다. 비너스는 원래 큐피드를 바라보았으나 지금처럼 우리와 눈이 마주치도록 수정되었는데, 이처럼 캔버스에서 바로 그림을 고치는 방식은 유화 기법에 능숙한 베네치아 화가들의 특징입니다.
구입, 기증과 유증...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모두에 작품의 구입경로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이미더 직픔 입수의 투명성을 소개하고 도덕적인 작품과 미술관을 강조하는 것 같은데요. 또한 대영박물관 등 유럽의 메이저 박물관의 약탈 논란에 대한 선긋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섹션1 - 03] 그림의 주인공이 된 사람
초상화 앞에서 작품속 주인공과 나누는 이야기는 항상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험입니다. 이번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서도 여러 초상화속 인물과 다양한 이야기는 너무나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여인 (달마티아의 여인), 1510-12년경
티치아노, 1506년경부터 활동, 1576년 사망 / 캔버스에 유화, 119.4 × 96.5cm
내셔널갤러리 런던, 1942년, 준남작 프랜시스 쿡이 아버지 허버트 쿡을 추모하며 예술기금을 통해 기증
티치아노가 20대 초반에 그린 초상화입니다. 머리에 두른 베일을 비롯한 투명한 천의 표현에서 화가로서 티치아노의 솜씨와 기술이 젊은 나이에 이미 완숙기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조반니 벨리니의 제자인 티치아노는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의 대표 화가로, 유럽 각국의 강력한 통치자들이 그에게 그림을 주문했습니다.
이 작품의 별칭 ‘라 스키아보나’는 ‘달마티아의 여인’이라는 뜻으로, 달마티아는 1420년부터 1797년까지 베네치아공화국의 식민지였던 아드리아해 동쪽 지역을 말합니다.
그림 속에 조각을 그려 넣은 것은 그 당시에 있었던 ‘그림과 조각 증에 무엇이 더 뛰어난 미술인가?'에 대한 논쟁을 떠올리게 합니다. 고대 로마 조각의 영향을 받은 난간 오른쪽의 옆얼굴은 티치아노가 조각을 똑같이 따라 그릴 수 있고, 심지어 그의 그림이 조각을 뛰어넘을 수 있음을 자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인 (루치아 알바니 아보가드로 백작부인 추정, 붉은 옷을 입은 여인), 1556-60년경
조반니 바티스타 모로니, 1520/4-1579 / 캔버스에 유화, 115 × 106.8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76년 구입
1534년 베르가모 귀족의 딸로 태어난 루치아 알바니 아보가드로 백작부인은 시에 재능이 있어 그녀가 쓴 소네트를 모아 엮은 책이 남아 있습니다.
모로니는 16세기 이탈리아 북부의 대표 초상화가로, 특히 반짝이는 호화로운 복식, 값비싼 갑옷 등으로 귀족들의 우아함을 표현한 전신 초상화로 유명했습니다. 새틴 드레스의 화려한 다홍색과 치마의 체크무늬, 드레스의 꼬임장식과 세로트임은 그 당시 유행했던 스타일로, 모로니는 유화 기법을 활용하여 질감을 잘 표현했습니다. 부채 손잡이를 손으로 가린 것은 손잡이가 귀한 재료로 만들어져 사치금지법의 규제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빈첸초 모로시니, 1575-80년경
야코포 틴토레토, 1518년경-1594 / 캔버스에 유화, 85.3 × 52.2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내셔널갤러리 설립 100주년과 예술기금설립 21주년을 기념하여 예술기금에서 1924년 기증.
빈첸초 모로시니는 1572년 교황 그레고리오 13세의 즉위식에 베네치아 대표로 참석했는데, 이때 황금 스톨 기사단의 기사로 임명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어깨에 걸친 금실로 수놓은 스톨이 이 기사단의 상징입니다.
틴토레토는 모로시니의 날카롭고 예민한 성격을 위엄 있게 표현했습니다. 노인의 얇은 피부, 앙상한 코, 주름진 얼굴 속 옅은 파란색 눈이 우리를 꿰뚫듯 쳐다봅니다. 얼굴은 물감을 꼼꼼하게 덧칠한 반면 옷은 빠른 붓질로 채웠습니다. 틴토레토는 베네치아의 대표 화가로, 피렌체 전통을 따른 미켈란젤로의 선과 구성, 그리고 베네치아의 전통을 따른 티치아노의 색채를 융합한 작품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어린 공주 (덴마크의 도로테아 추정), 1530-32년경
얀 호사르트, 1508년부터 활동, 1532년 사망 / 목판에 유화, 38.2 × 29.1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908년 구입
이 소녀는 망명 중이던 덴마크의 왕 크리스티안 2세의 딸 도로테아로 추정됩니다. 진주를 엮은 호화로운 옷을 입었으며, 소매에 있는 옅은 파란색 원형무늬는 원래 왕족의 상징인 보라색이었습니다. 그녀의 가족은 1523년 크리스티안 2세가 폐위되어 쫓겨난 후 네덜란드에서 오스트리아의 마거릿(1480–1530)의 보호를 받았습니다.
사실적인 초상화로 유명한 얀 호사르트는 16세기 초 북유럽 화가 최초로 로마를 방문했고, 이후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의 요소들을 북유럽에 들여왔습니다.
다음 전시관으로 이동하는 중간 공간에서는 작품에 대한 영상과 함께 포토존, 휴식공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조금 숨 차시면 이곳에서 조금의 휴식도 좋아 보입니다.
[섹션 2] 분열된 교회, 서로 다른 길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1594-95년경
카라바조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 1571-1610 / 캔버스에 유화, 66 × 49.5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986년 J. 폴 게티 2세 기금 후원으로 구입
이번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에 전시된 52점의 작품중 대표작품 중 하나입니다. 전시 공간도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
한 소년이 손가락을 도마뱀에게 물린 아픔에 깜짝 놀라 움츠리고 있습니다. 짧은 감각적 쾌락 뒤에 숨어 있는 예상치 못한 고통을 은유한 것으로, 소년의 귀에 꽂힌 장미와 꽃병의 꽃 역시 곧 시들어 사라질 덧없는 것입니다.
카라바조는 ‘정물을 그리는 일은 인물을 그리는 일만큼 예술적 재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연을 직접 관찰하여 그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점은 그의 혁신적인 특징 중 하나입니다. 초기에는 이 그림에서처럼 정물화나 일상생활의 장면을 그렸지만 곧 단순하고 쉽게 전달되는 종교화들을 그리게 됩니다.
카라바조는 ‘정물을 그리는 일은 인물을 그리는 일만큼 예술적 재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연을 직접 관찰하여 그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점은 그의 혁신적인 특징 중 하나입니다. 초기에는 이 그림에서처럼 정물화나 일상생활의 장면을 그렸지만 곧 단순하고 쉽게 전달되는 종교화들을 그리게 됩니다.
[카라바조에서 온 미켈란젤로, 천재이자 문제아]
카라바조의 원래 이름은 미켈란젤로 메리시입니다. 그의 이탈리아 고향 마을 이름인 ‘카라바조’를 따라서 카라바조라고 불렸습니다.
카라바조는 그림 실력은 뛰어났지만, 성격이 나쁘고 거칠어서 이곳저곳에서 싸움을 일으키고 다녔습니다. 결국 카라바조는 칼 싸움 끝에 사람을 죽이고 원래 살던 로마를 떠나 여러 곳으로 도망 다니는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그를 후원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죄를 용서받고 로마로 돌아가려고 했지만 다시 문제를 일으켜 감옥에 갇힙니다. 카라바조는 결국 로마에 돌아가지 못하고 병에 걸려 죽게 됩니다.
[섹션 2 - 01] 바로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빛
바로크 ... 로코코... 너무나도 좋아하는 미술 장르 중 하나, 그리고 그의 초상화를 만나볼 수 있는 셕션 입니다.
63세의 자화상, 1669
렘브란트 판 레인, 1606-1669 / 캔버스에 유화, 86 × 70.5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51년 구입
렘브란트는 프로테스탄트 국가였던 네덜란드에서 활동했습니다. 직접 이탈리아에 가본 적은 없지만 판화나 다른 동료들을 통해 이탈리아 미술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1640년대 암스테르담 최고의 인기 화가였으나 이 자화상을 그릴 때는 이미 파산한 상태였습니다.
렘브란트가 죽기 몇 달 전 그린 자화상입니다. 나이 들어가는 얼굴의 느낌에 집중해 물감을 두껍게 발라 얼룩덜룩한 피부, 숱이 적어진 눈썹 등을 그렸습니다. 옷과 배경은 얇게 재빨리 칠함으로써 밝은 빛을 받은 섬세한 얼굴 표정에 관심을 집중하게 합니다. 자화상으로 자신을 성찰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노인 초상화를 그릴 때 활용할 회화 기술을 연습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바커스 양육, 1628년경
니콜라 푸생, 1594-1665 / 캔버스에 유화, 80.9 × 97.7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31년 조지 제임스 첨리 유증. 1836년부터 내셔널갤러리 소장
푸생은 17세기 프랑스의 고전주의를 이끈 화가로, 프랑스에서 태어났으나 일생을 대부분 로마에서 보냈습니다. 푸생은 고대의 문화를 바탕으로 현실보다 완벽한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는 술의 신이자 주피터의 아들인 바커스가 이모인 이노의 보살핌을 받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림에서 바커스는 이노의 남편 아타마스에게 의지해 은그릇에 짜놓은 포도즙을 마십니다. 서로 끌어안고 있는 두 아기는 이노의 아들들입니다. 주피터의 아내 주노는 이노가 바커스를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질투해 이노와 아타마스를 미치광이로 만들었고, 아타마스는 자기 아들 중 한 명을 죽이고 맙니다.
회화나 조각에 등장한 바커스는 보통 청년이나 노인, 그리고 그렇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표현된 작품은 기억이 없는데요. 이 작품에서 표현된 아기 바커스는...
종교개혁과 가톨릭 교회의 변화
기도하는 성모, 1640-50
사소페라토 (조반니 바티스타 살비), 1609-1685 / 캔버스에 유화, 73 × 57.7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46년 리처드 시몬스 유증
화가의 별명 사소페라토는 화가의 고향 이름입니다. 그는 개인의 기도를 직접 들어줄 듯한 혼자 기도하는 성모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이 도상은 가톨릭 개혁의 원칙들을 결정한 트리엔트공의회 이후 유행했습니다.
이 그림은 사실적이면서도 단순한 구도와 색채로 감동을 줍니다. 빨간색, 흰색 그리고 값비싼 울트라마린을 사용한 파란색 물감만으로 그려진 성모는 강한 빛을 받으며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조각 같은 얼굴과 우아한 색채는 르네상스 시대 라파엘로의 화풍과 비슷하지만 강렬한 연극적인 빛은 바로크 회화의 특징을 보여줍니다.
성聖 마리아 막달레나, 1634-35년경
귀도 레니, 1575-1642 / 캔버스에 유화, 79.3 × 68.5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40년 구입
성 마리아 막달레나는 신약성서에서 예수의 죽음과 부활을 목격한 그리스도의 제자 중 한 명입니다. 서유럽 회화에서 대부분 쾌락을 거부하고 참회하며 그리스도를 섬기기로 결심한 매춘부로 그려집니다.
참회하는 마리아 막달레나는 17세기에 자주 그려진 주제인데, 이는 가톨릭 개혁 시기 교회에서 참회를 강조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가톨릭교회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주제로 감동적인 종교화를 그려 프로테스탄트 교회로 향하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고자 했습니다.
[섹션 2 - 03] 일상의 풍경과 사람들
이번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전시회 작품중에서 상당히 독특하면서 매력적인 작품들이 모여있는 공간
북유럽 안트베르펜 출신 화가인 베케라르는 일상적인 장면에 종교적 주제를 담은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이 방에는 4원소인 불, 물, 공기, 흙을 주제로 한 4점 연작 중 〈불〉과 〈물〉이 전시 중입니다. 각 그림에는 주제가 되는 원소와 관련된 생산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4원소: 불, 1570
요아힘 베케라르, 1535년경-1575 / 캔버스에 유화, 158.2 × 215.4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2001년 구입
〈불〉에서 그림 속 여성들은 불에 구울 고기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그림의 먼 배경에는 자매인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을 방문한 그리스도가 보입니다. 마르타는 그리스도에게 동생 마리아가 자기의 음식 준비를 돕도록 얘기해 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4원소: 물, 1569
요아힘 베케라르, 1535년경-1575 / 캔버스에 유화, 158.1 × 214.9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2001년 구입
다음 섹션은 풍경화 중심으로 구성된 공간입니다. 저는 미술 작품중에서 풍격화에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기에 대충대충...
작은 집이 있는 숲 풍경, 1665년경
메인더르트 호베마, 1638-1709 / 캔버스에 유화, 99.5 × 130.5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76년 윈 엘리스 유증
수레바퀴 자국이 있는 길 위에서 남자와 여자 그리고 아이가 햇살을 받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멀리 개와 산책하는 한 남자와 들판을 걷는 남녀가 보이고, 한 여성이 오른쪽 시골집 문에 서서 밖을 바라봅니다.
호베마의 고향 암스테르담 근처 할렘 주변의 숲을 배경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실제 풍경을 보고 그린 것 같지만 사실은 그가 즐겨 사용한 소재들을 모아 이상적인 전원 모습을 그린 상상의 풍경화입니다.
강풍 속 네덜란드 배와 작은 배들, 1658
빌럼 판 더 펠더 / 캔버스에 유화, 55 × 70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910년 솔팅 유증
빌럼 판 더 펠더는 17세기 후반 네덜란드에서 바다 풍경화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는 배를 매우 정확하게 그렸으므로 그의 그림은 당시 배 모습을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가 됩니다. 흰 돛을 날리는 군함의 큰 돛대에는 네덜란드 국기가 달려 있고 고물에는 홀란트주 문장이 붙어 있습니다. 앞쪽의 배에 달린 깃발에 화가의 서명이 있습니다.
빌럼 판 더 펠더는 정교한 배를 그린 흑백 드로잉으로 유명한 아버지 대(大) 빌럼 판 더 펠더(1610/1-1693)에게서 그림을 배웠습니다. 판 더 펠더 가족은 1672년, 프랑스의 침략으로 암스테르담에 경제 위기가 오자 영국으로 이주했으며, 18세기 영국에서 바다 풍경화가 발달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섹션 3] 개인의 삶, 기념하고 추억하며
전시공간 가운데에 위치한 가장 큰 그림...
멀리에서 봐도 독특한 포즈와 구도의 두 인물이 보입니다.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 1638년경
안토니 반 다이크, 1599-1641 / 캔버스에 유화, 237.5 × 146.1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988년 구입
반 다이크는 스승 루벤스와 함께 17세기 북유럽 플랑드르를 대표하는 화가로, 이후 영국에서 찰스 1세와 왕실 가족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등 크게 성공했습니다. 그는 이탈리아 화가, 특히 16세기 티치아노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고급 옷감의 반짝임과 감촉을 아름답게 표현하여 인기가 높았습니다.
그림 속 소년들은 영국 귀족인 3대 레녹스 공작의 아들들로, 왼쪽이 형인 존 스튜어트, 오른쪽이 동생 버나드 스튜어트입니다. 당시 18세, 17세에 불과했지만 귀족적인 거만함이 느껴집니다. 두 사람의 자세와 호화로운 옷은 이들의 부유함과 높은 신분이 돋보이도록 계산된 것입니다.
재수 없는 고압적인 시선과 구도. 아마 작가는 해당 가문에서 두둑하게 받았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생각이...
[스튜어트 형제의 삶]
이 그림은 스튜어트 형제가 유럽 대륙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그려졌을 것입니다. 스튜어트 형제는 1639년 1월 30일, 영국 돈 100파운드와 하인 6명을 데리고 3년 동안 해외 여행을 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3년 후, 1642 년에 영국에서 국왕 찰스 1세와 의회가 서로 심하게 다투어 전쟁(청교도 혁명)이 일어납니다. 스튜어트 형제의 집안은 국왕의 친척이었기 때문에 국왕 편으로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형과 동생은 전쟁 중 1644년과 1645년에 세상을 떠났는데, 이때 두 사람의 나이는 겨우 24살이었습니다.
베네치아 카나레조 입구, 1734-42년경
카날레토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 1697-1768 / 캔버스에 유화, 48 × 80.2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79년 존 헨더슨 유증
카날레토는 베네치아 모습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그린 풍경화로 유명했습니다. 그랜드 투어가 유행한 시기, 이탈리아에 온 영국인들은 오늘날 여행 기념품으로 그림엽서를 사듯 그의 풍경화를 구입했습니다. 그림 속 장소는 지금도 인기 있는 관광지입니다. 이 작품은 베네치아 카나레조 운하의 입구를 그린 것으로, 인기가 좋아서 카날레토와 그의 공방에서 반복해서 제작했습니다. 차가운 저녁의 빛과 옅은 분홍색 구름이 있는 하늘은 1740년대 전반 그려진 카날레토의 그림에 많이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베네치아 카스텔로의 산 피에트로, 1730년대
30. 카날레토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 1697-1768 / 캔버스에 유화, 47.3 × 79.5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79년 존 헨더슨 유증
여인 (마담 드 글레옹 추정) 1760년경
장 바티스트 그뢰즈, 1725-1805 / 캔버스에 유화, 64.1 × 54.6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945년 에밀리 이스나가 기증
프랑스에서 유행한 로코코 시대 패션을 살펴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문필가이자 아마추어 배우였던 드 글레옹 후작부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초상화로, 18세기 중반 프랑스에서 유행한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머리와 옷 스타일이 눈길을 끕니다. 가르마 없이 빗어 넘겨 줄지어 땋은 곱슬머리가 특징인 ‘테트 드 무통(tête de mouton, 염소 머리)’ 스타일을 했습니다. 머리에 흰색 파우더를 뿌리고 진주와 비단으로 만든 파란색 꽃 장식을 달았는데, 이러한 머리장식들은 그것들을 유행시킨 퐁파두르 후작부인의 이름을 따서 ‘폼폼(pompom)’이라고 했습니다. 넓은 네모모양 목 라인과 컷워크 레이스로 만든 섬세하고 화려한 소매가 돋보입니다.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 1805년 이전
프란시스코 데 고야, 1746-1828 / 캔버스에 유화, 82 × 54.6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96년 구입
고야는 스페인의 대표 화가이자 판화가로 카를로스 3세, 카를로스 4세, 페르디난드 7세의 궁정화가로 일했습니다. 그림 속 여성은 아메리카 식민지의 국무장관이던 돈 안토니오 데 포르셀의 아내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1780년경-1842)입니다.
그녀가 입은 옷은 전통적으로 낮은 계급 여성인 마하(maja)의 복식이지만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에 스페인의 왕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했습니다. 화려한 검은 레이스 숄을 둘렀으며 머리에는 검은 레이스의 만틸라(mantilla)를 썼습니다. 만틸라는 검은색 리본으로 만든 꽃이 달린 장식용 빗으로 고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내셔널갤러리가 발간한 『명화 100선(1994)』의 표지 작품으로 선정될 정도로 고야의 뛰어난 초상화로 여겨졌습니다.
다음 섹션으로 이동 전에 영국 내셔널 갤러리의 여가가 편집된 영상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워낙 자화자찬 영상이어서...
[섹션 3 - 2] 초상화와 풍경화의 유행
의사 랄프 숌버그, 1770년경
토머스 게인즈버러, 1727-1788 / 캔버스에 유화, 233 × 153.5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62년 구입
게인즈버러는 라이벌인 조슈아 레이놀즈와 함께 18세기 후반 영국을 대표하는 초상화가입니다. 당시 유행한 옷차림에 자연스러운 자세를 한 인물들을 풍부한 색감과 가벼운 붓 터치로 그렸습니다.
고향인 영국 남동부 소도시에서 활동하던 그는 1759년 휴양도시 바스로 이주했으며, 이곳에 휴양 온 영국 상류층들에게 큰 인기를 끕니다. 이 작품은 바스에서 자신의 가족을 진료해 주던 의사 랄프 숌버그를 그린 그림입니다. 낭만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파우더를 뿌린 가발을 쓰고 지팡이를 든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에서 가장 강한 인상을 준 초상화 중 하나
찰스 윌리엄 램튼 (레드 보이), 1825
토머스 로렌스, 1769-1830 / 캔버스에 유화, 140.5 × 110.6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내셔널갤러리 미국 후원회, 길리언 클리버, 울프슨재단 기부금 포함 예술기금, 알 타니 재단, 매니&브리기타 데이비슨 자선재단, 윌리엄 샤프, 예술애호자선신탁협회 후원으로 2021년 구입
토머스 로렌스는 17세기 반 다이크, 18세기 게인즈버러와 레이놀즈의 뒤를 잇는 영국 대표 초상화가로, 특히 어린이를 그린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이 작품은 1967년 영국 우표에 실린 최초의 그림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는데, 1대 더럼 백작이 자신의 아들이 예닐곱 살일 때 주문 제작한 것입니다. 소년은 1831년, 열세 살 나이에 결핵으로 죽고 말았기에 이 그림은 그를 기억하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이 작품은 루소(1712–1778)의 주장처럼 아동기를 특별한 시간으로 여기기 시작한 당시 관점과 자연에 대한 낭만주의적 관심을 담고 있습니다. 로렌스는 놀 자유가 있는 어린이가 최고의 스승인 자연의 가르침을 받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도금된 액자는 처음부터 그림과 함께 있었으며, 로렌스가 직접 액자 제작가 조지 모란트에게 주문한 것입니다.
산업혁명이 시자된 곳 영국...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 1820
존 컨스터블, 1776-1837 / 캔버스에 유화, 127 × 182.9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987년 상속세 대신 물납
컨스터블은 자신이 태어나고 활동했던 서포크 지역의 일상 풍경을 많이 그렸습니다. 스트랫퍼드 공장은 스트랫퍼드 외곽 스투어강 섬 위에 지어진 수력을 이용하는 종이공장입니다. 그는 야외 스케치를 대형 캔버스에 옮겨 그렸는데, 때로는 스케치 후 몇 년이 지나서야 유화로 완성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컨스터블이 년에 영국 왕립아카데미에 전시한, 너비가 6피트여서 ‘6피트 그림’으로 불린 대형 풍경화 6점 중 두 번째 그림입니다.
자연을 깊이 관찰하여 그린 그의 작품은 자연과 교감하며 풍경을 그린 프랑스 바르비종 화파나 낭만주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으며, 빛에 대한 관심은 인상주의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이별, 1837년 이전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1775-1851 / 캔버스에 유화, 146 × 236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856년 터너 유증
그리스 신화의 헤로와 레안드로스 이야기를 그린 그림입니다. 비너스의 사제인 헤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나누는 헬레스폰트 해협의 도시 세스토스에서 살았습니다. 그녀는 아시아 쪽에 사는 레안드로스와 사랑에 빠졌고, 매일 밤 그녀를 보려고 바다를 헤엄치는 그를 위해 등불을 들었습니다. 어느 날, 바람에 등불이 꺼져 레안드로스가 바다에서 죽자 헤로 역시 죽음을 택합니다.
화면 중앙 테라스에는 날개 달린 큐피드가 등불과 횃불을 들고 있으며, 결혼의 신 히멘이 그 옆에 서 있습니다. 테라스 아래 바닷가 어둠 속에 마지막으로 헤어지는 헤로와 레안드로스가 보입니다. 터너는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에서 보이는 균형 있는 고전적 구도, 표현적 색채 그리고 대기의 효과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마지막 섹션입니다. 지금까지 르네상스 부터 1800년대 회화를 만나봤다면, 지금부터는 우리에서 익숙한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아쉬운 공간, 좀더 과거로 돌아가 작품을 보고 싶었는데...
[섹션 4] 인상주의, 빛나는 순간
작업실의 난로, 1865년경
폴 세잔, 1839-1906 / 캔버스에 유화, 41 × 30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992년 헬렌 체스터 비티의 유족이 상속세 대신 물납
세잔의 초기작으로 스튜디오의 물건들을 대충 그린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세심하게 배치했습니다. 난로 뒤에 캔버스를 놓아 난로가 돋보이고, 난로의 검은 연통이 캔버스를 둘로 나눕니다. 난로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테이블은 정면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그렸습니다. 전체 색채가 어두운 것은 세잔 초기 그림의 특징입니다.
세잔은 후기 작품에서 사물의 형태와 색을 단순화해 질서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어 19세기 말 인상주의와 20세기 초 입체주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한 화가로 평가받습니다.
목욕하는 사람, 1885-90년경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1841-1919 / 캔버스에 유화, 39.4 × 29.2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961년 안토니 혼비 부부 기증
누군가 지켜보는 줄 모르는 누드의 여성을 그리는 것은 고대 그리스 신화의 디아나와 악테온, 성경의 수잔나와 장로들 등 과거부터 이어진 주제이지만, 르누아르는 동시대의 평범한 여성 누드를 그림의 주제로 삼았습니다.
르누아르는 1881년 이탈리아 여행에서 본 고대 로마의 조각상과 르네상스 회화에서 영감을 얻어 고전적 전통을 따르는 누드화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짧은 붓 터치와 보색으로 대상의 빛과 움직임을 표현하였으며, 붓으로 번진 듯한 느낌을 표현해서 그림 속 여성과 그 주변 풍경을 더 감각적으로 보이게 했습니다.
창문 앞 과일 그릇과 맥주잔, 1890년경
폴 고갱, 1848-1903 / 캔버스에 유화, 50.8 × 61.6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2006년 사이먼 세인스버리 유증
후기 인상주의 화가인 고갱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과 색의 순간을 포착하는 인상주의를 넘어 보다 영속성 있는 접근법을 찾는 과정에서 세잔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1880년경 고갱은 세잔의 그림 6점을 구입했는데, 그 중 〈과일 접시, 유리잔, 사과가 있는 정물(1879-80년)>을 가장 좋아했습니다. 전시된 고갱의 작품은 고갱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최고의 보석'이라고까지 말한 세잔의 작품에 대한 오마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도 과일, 비스듬히 놓인 칼, 구겨진 테이블보 등 세잔의 정물화 속 소재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이 시기 고갱이 사용하기 시작한 사인 P Go.가 왼쪽 아래에 거꾸로 쓰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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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 1890년
빈센트 반 고흐, 1853-1890 / 캔버스에 유화, 64.5 × 80.7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926년 코톨드 기금으로 구입
반 고흐는 오늘날 인기 있는 후기 인상주의 화가이지만 살아있을 때는 그림을 거의 팔지 못했고 스스로 실패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작품은 반 고흐가 정신병이 악화되어 남부 프랑스의 생 레미 마을 근처의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린 그림입니다. 그는 죽기 얼마 전인 1890년 5월 4일경, 동생 테오에게 ‘그림이 잘 그려진. 새롭게 자른 잔디 모습을 두 작품이나 그렸다’고 편지를 썼습니다. 이 그림이 여기서 말한 두 작품 중 하나로 추정됩니다.
반 고흐는 진디와 잡초 위로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담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감정을 담은 표현적인 밝은 색채와 유화물감을 겹쳐 두껍게 칠하는 임파스토 기법이 특징입니다.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 1878-80년경
에두아르 마네, 1832-1883 / 캔버스에 유화, 97.1 × 77.5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924년 코톨드 기금으로 구입
대상을 직접 보고 그리기를 좋아한 마네는 근대적인 삶의 모습을 주제로 택했으며 물감을 자유롭게 사용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오늘날 인상주의의 선구자로 여겨지지만, 정작 마네 자신은 인상주의 전시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평생 살롱전의 인정을 받기를 원했습니다.
마네는 잔을 여러 개 들고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서빙하는 종업원들의 솜씨에 감탄해서 그중 가장 뛰어난 종업원에게 작업실에 와서 모델이 되어달라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자기 ‘보호자’도 함께 가서 돈을 받는 조건으로 마네의 제안을 수락했는데, 그림 속 파란 셔츠를 입은 남성이 그녀의 보호자입니다.
오늘 소개한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52/52
마지막 작품을 모네의 작품으로 끝내는 구성에는 반대!!!
붓꽃, 1914-17년경
클로드 모네, 1840-1926 / 캔버스에 유화, 200.7 × 149.9 cm / 내셔널갤러리 런던, 1967년 구입
모네는 프랑스 인상주의의 대표 풍경화가입니다. 이 작품은 모네가 1914년에서 1917년 사이에 그린 붓꽃 연작 중 하나로 지베르니에 있는 그의 정원을 그린 것입니다.
붓꽃은 모네가 가장 좋아한 꽃이었습니다. 붓꽃 연작은 대부분 높이 2미터의 대형 작품으로, 매우 독특하고 새로운 시점을 보여줍니다. 모네는 두껍고 대담한 붓으로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 물감을 칠했고 캔버스의 흰 바탕이 드러난 채로 내버려두기도 했습니다. 이는 당시 모네가 백내장으로 시력이 온전하지 못했던 영향도 있을 것입니다. 이 작품은 모네가 사망했을 때도 작업실에 있었으므로 모네가 작품을 완성했는지 아니면 미완성으로 여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전시가 끝나고 전시장 마지막 공간에는 영국 내셔널 갤러리 전시관이 생각나게 하는 포토존이 준비되어 있으니 꼭 만나서 사진 찍고 전시장을 나가세요.
|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총평
그래도 이런 대작들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부분에는 감사
전시장 동선 구성, 작품 전시 캡션 등의 위치, 그위 자사한 운영과 구성은 저에게는 역대급으로 불편하고 피곤을 일으키는 전시회였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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