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과 함께/취미 전시 공연 요리

넥스트뮤지엄 전시 후기 | 타카마츠 카즈키(Takamatsu Kazuki) 개인전 《Me in the Mirror》

by a4b4 2026. 9. 11.
반응형

요즘 부쩍 스마트폰 화면 속 남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싶으실 때 없으신가요. 저도 그래요. 뉴스 보고, 인스타 피드 넘기고, 유튜브 알고리즘에 이끌려 다니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가버리는데, 정작 거울 속 제 얼굴은 며칠째 제대로 들여다본 기억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넥스트뮤지엄에서 열리는 타카마츠 카즈키(Takamatsu Kazuki) 작가의 개인전 《Me in the Mirror》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일정부터 확인했습니다.


넥스트뮤지엄에 들어서자마자 로비부터 이미 전시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어요. 카페 옆 벽면에 걸린 작은 액자들과 입구의 대형 배너가 관람객을 자연스럽게 전시장 안쪽으로 이끌더라고요.

 

 

전시장 입구의 검은 공간을 지나면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어두운 공간 속에서 조명을 받은 작품 하나하나가 마치 거울처럼 저를 마주 보고 있는 느낌이었달까요.

 

입구에는 전시와 연계된 성격 테스트도 마련되어 있었어요. "내면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질문 아래 QR코드를 찍어 열 개의 질문에 답하면 나만의 내면 유형을 알려주는 방식인데, 저도 참여해봤답니다. 결과에 자꾸 웃음이 나더라고요.

 

 

 

이 옆 작은 액자에 담긴 「Feel」과 「Dawn」은 크기는 작지만 존재감이 남달랐어요. 두 작품 모두 인물이 옆모습이나 뒷모습으로 서 있는데, 정면을 보여주지 않는 그 태도가 오히려 더 솔직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타카마츠 카즈키 작품속 액자 하나하나에 새겨진 서양 고전풍 문양도 눈여겨볼 만해요. 그림 자체만큼이나 프레임의 디테일이 촘촘해서, 가까이 다가가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Dawn」 역시 인상적이었어요. 몸을 감싼 천 자락이 마치 새벽빛처럼 은은하게 번져 있어서, 작품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한쪽 벽면에는 작은 사이즈의 작품들이 나란히 걸려 있었는데, 각각 'Chill', 'Good mood', 'Fullfilled', 'Affection', 'Nervous' 같은 제목이 붙어 있더라고요. 커다란 대작들 사이에서 이 소품 시리즈를 보고 있으니, 마치 하루하루의 자잘한 감정 조각들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어요.

 

'Only for me'와 'Indifferently' 처럼 커다란 소매의 니트를 입은 작품들도 여러 점 있었어요. 얼굴을 반쯤 가린 채 무심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들을 보면서, 저 역시 무심함이라는 방패 뒤에 숨고 싶었던 날들이 떠올랐습니다.

 

「並列化社会(Parallelized Society)」 앞에서는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어요. 사슬에 묶인 소녀들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처음엔 무겁게 느껴졌는데, 설명을 읽어보니 SNS 속에서 서로 비교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담은 작품이더라고요. 화면 하단에 놓인 금붕어와 국화가 오직 '감상'을 위해 존재한다는 문장이 유독 마음에 남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남의 시선에 맞춰 저를 전시해온 순간들이 떠올랐거든요.

 

「Frustration → Catharsis」라는 제목의 작품 앞에서도 발걸음을 멈췄어요. 나른하게 기대어 누운 자세인데도 손끝만큼은 허공을 향해 뻗어 있는 모습이, 답답함과 해방감 사이 어디쯤에 있는 요즘의 제 마음과 닮아 있었습니다.

 

2016년작 「思考ヲ止メズ。(Don't stop thinking)」는 파도 속에 웅크린 인물이 인상적인 작품이었어요. 거센 물살 앞에서도 생각을 멈추지 않겠다는 제목이, 정보에 휩쓸리기 쉬운 요즘의 저에게 작은 다짐처럼 다가왔습니다.

 

 

 

전시장을 나와 카페 공간에도 타카마츠 카즈키 작가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벽 한쪽에는 붉은톤의 판화 같은 질감을 가진 작품도 걸려 있었어요. 점묘처럼 촘촘히 찍힌 붉은 점들이 모여 소녀의 옆모습을 이루고 있는 게 신기하고 아름다웠습니다.

 

넥스트뮤지엄 타카마츠 카즈키 개인전 《Me in the Mirror》는 2026년 9월 2일부터 9월 27일까지 진행됩니다. 스마트폰 화면 속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느라 정작 제 얼굴은 오래 들여다보지 못했던 요즘, 이 전시는 잠깐이라도 멈춰 서서 '거울 속 나'를 마주하게 해주는 시간이었어요. 화려해 보이는 작품들 이면에 숨어 있는 고립감과 위로의 메시지를 천천히 읽어가다 보면, 누구라도 한 번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요즘 마음이 조금 지쳐 있다면, 이번 주말엔 넥스트뮤지엄에 들러 나만의 거울을 마주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반응형